'생업'은 치과의사, '본업'은 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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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대 치대 출신의 치과의사.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 지역 유명 화랑의 전속 작가. 경기도 고양시 능곡에서 개업 중인 윤봉윤(52.사진)씨의 이력이다.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미술전에서 빠짐없이 입상했다. 중학교 때 국무총리기 쟁탈 전국미술대회에서는 특선도 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화가가 되면 굶어 죽기 십상이라고 어른들이 만류해 일단 치대로 진학했지요."

그래도 꿈은 버릴 수 없었다. 1973년 서울 치대에 입학한 후 정필훈(현 서울치대 학장)씨 등과 함께 미술동아리 '상미촌'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호회 차원의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생업을 위해 치과의사를 하고는 있지만, 내 평생 관심은 그림이었습니다. 함께 치과(장.윤 치과의원)를 하고 있는 장동재 원장이 저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윤씨는 자신이 미대 출신이 아니어서 국내 화단에 발을 붙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198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협회가 주관한 세계공모전(Artist Association of International)에서 동양화 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자우(Zawoo)'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01년엔 미국 소호의 유명 화랑인 아고라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03년과 2005년에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초대전도 했다. 그는 현재 아고라의 전속 작가로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대학 시절 '엑스터시'라는 그룹사운드에 참여했던 그는 요즘도 가끔 클럽에서 재즈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도 부른다. 역학 사주 분야 스테디셀러인 '7일 만에 완성하는 주역 사주'(2004, 화담)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미술비평지 '아티스 스펙트럼'은 "'자우'의 서정적 추상주의 작품에는 연주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그의 모든 것이 응축돼 있다"고 평했다.

윤씨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조선 민화와 사군자, 역학과 음악이 나 만의 작품세계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국내에서의 본격적인 첫 전시회를 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Lee C 갤러리'(02-3210-0467)에서 23일 개막한 전시회는 다음달 4일까지 열리고 있다.

"화단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국내 애호가의 취향에 맞을 것같은 작품들을 골랐거든요."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그가 평소 돌봐오던 서울 상계동과 공릉동의 독거노인을 위해 쓸 계획이란다.

글=조현욱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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