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 대책 한달 약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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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부동산 대책 이후 기존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서 미분양과 미계약 사태가 속출하면서 오는 4일부터 청약을 받는 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당초 계획보다 최고 3천만원 가까이 낮아졌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했던 분양가도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단지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은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호가가 최고 2억원이나 빠졌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다.

고단위 처방이 총동원된 10.29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 만에 부동산 시장은 가수요가 움츠러들면서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4백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분양가 하락=LG건설은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할 LG황실자이 68평형의 최고가를 당초 12억6천2백29만원으로 책정했다가 최근 12억4천1백60만원으로 2천여만원 낮췄다. 지난 10월 9차 동시분양 때 같은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보다 평당 60만~90만원 싼 값이다.

LG건설 관계자는 "지난 10차 동시분양 때 강남권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할 정도여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동일토건이 건설하는 휘경동 동일하이빌 40평의 경우 당초보다 무려 2천8백만원 정도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 서종욱 상무는 "분양가가 높으면 그만큼 입주 때 시세차익이 생길 여지가 적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지고 분양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분양되는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4일 분양한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현대홈타운 24~32평형의 분양가를 한달 전 인근에 나온 같은 평형의 단지보다 최고 3천만원 낮췄다. 지난달 17일 LG건설이 분양한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수지 자이의 분양가도 당초 예정된 평당 7백90만원선에서 15만원가량 싸게 분양됐다.

◇부동산 대책 점검=정부가 1단계 대책으로 발표한 사항은 대부분 이미 시행됐거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세청은 1일자로 전국 아파트 93만가구의 기준시가를 평균 23% 올렸다. 서울 강남구 등 투기지역에서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집값의 50%에서 40%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는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됐다. 투기자금이 서울 강남에서 빠져 나와 지방 대도시로 몰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1가구 2주택 이상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기고 주택거래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다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어 법안 심의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1단계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부동산 공개념 등 2단계 대책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아직은 2단계 대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추가=정부는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서대문구와 대구 달서구, 대전 중구, 경기 동두천시, 충북 청원군 등 여섯 곳이 10월 통계를 기준으로 투기지역 후보에 올랐지만 11월에는 집값이 떨어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매겨지고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집값이 떨어졌으니 투기지역에서 풀어 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최근 판교지구를 투기지역에서 풀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대구시 일부 지역과 강원도 춘천시 등도 투기지역 해제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던 사유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방 일부 지역에 대해선 투기지역 해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태조사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도권은 아직 투기지역 해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안장원.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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