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 투자 서방기업이 뛴다/공화국 독립따라 대상 확실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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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서도 좋은 조건 내세워 손짓
대소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서방기업들은 이제 「연방」이냐,「공화국」이냐를 놓고 머뭇거리던 자세에서 벗어나 각 개별공화국과의 활발한 접촉을 통해 투자를 늘려나가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있다.
15개 공화국중 이미 12개가 정치적으로 독립을 선언했거나 할 예정이어서 이미 「연방」은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존재가 돼버렸다.
공화국 지역별로 경제적 특성이 뚜렷이 드러나고 투자표적이 세분화된 마당에 더 이상 연방과 공화국간의 권한다툼을 관망하고만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독립을 선언하고 나서긴 했지만 러시아공화국·발트해 3국 등 몇몇을 빼고는 자생력이 있어 안절부절 못하는 대부분의 공화국들이 서방의 적극적인 투자를 간절히 바라는 형편이어서 서방기업들은 『1세기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도로·전화시설 등 가장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몰다비아·그루지야공화국은 서방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광산권 등 각종 개발권을 좋은 조건에 내놓고 있으며 특히 그루지야는 광천수개발권을 할양하려고 하는등 외국기업 유치에 여념이 없다.
카자흐나 아제르바이잔공화국은 미국 셰브론·아모코사 등과 석유시추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공화국들은 이같이 실물부문에서 유리한 투자조건을 제시하면서 서방기업들이 보다 안심하고 뛰어들 수 있는 재정·금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 소련은 자본주의의 틀안에서 마음놓고 투자하기에는 난점이 많으며 루블의 달러태환이 안되는 비시장경제국가다.
제대로 된 금융기관이 거의 전무할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올 상반기 GNP가 10% 감소하고 재정적자는 3백35억달러,외채는 6백억달러에 이르는 등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라 각 공화국들은 유리한 투자조건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신용대출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모스크바에 집중돼 있는 은행들의 지점망을 확충하는 등 「자본주의화」에 여념이 없다.
뭐니뭐니해도 15개 공화국중 러시아공화국이 서방기업들의 제1차 표적이다.
단일국가로 치더라도 세계최대 국토에 다섯번째로 많은 인구,소련전체의 75%를 차지하는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미·일 등 서방 각국이 우선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소련전문가들은 아직 여러모로 혼란이 가시지 않아 장래가 불투명한 소련과 경제교류를 갖는 방식으로 당장에 돈을 꿔준다거나 물건을 파는 것보다 합작공장을 세우거나 자원개발권을 얻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이득을 얻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포천·포브스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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