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 돈 없어 …" 구치소 노역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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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모(44)씨는 7일부터 서울구치소 노역장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설도 구치소에서 보냈다. 지난해 말 음주측정 거부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돈이 없어 벌금을 못 냈기 때문이다. 그는 벌금 대신 60일(일당 5만원)간 재소자들과 같이 일하는 노역을 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노역을 택하는 상당수 사람은 노역장 일당보다 적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노역을 사회봉사로 바꾸기로=법무부에 따르면 벌금형 전체 선고 건수는 지난해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換刑留置)'는 98년 1만5000여 건에서 지난해 3만4000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3년간 전체 환형유치 가운데 82.6%가 3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수십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환형유치(최대 3년)를 택할 수 있어 노역자들 간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었다.

법무부는 22일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노역을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노역은 구치소.교도소에서 생활해야 하고 들어가는 순간 기간을 다 채울 때까지 마음대로 나올 수도 없다. 반면 사회봉사명령은 출퇴근이 가능하고 하는 일도 복지시설이나 농촌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노역 1일을 사회봉사명령 몇 시간으로 환산할지 등을 정한 뒤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만들 방침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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