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이용한 부동산투기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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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행정중심복합도시.김포신도시 등지에서 토지보상금을 수령한 사람과 그 가족(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거래 내용 조사가 시작됐다. 토지보상금의 불법 증여를 통해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는지를 집중 조사하며, 결과는 국세청으로 넘겨진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불법 증여 여부를 정밀 조사하게 된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로부터 토지보상금을 수령한 사람과 그 가족이 지난해 말까지 거래한 부동산 내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토지보상비로 풀려 나간 금액은 대략 10조원 정도. 이 중 토공과 주공이 지급한 금액은 7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수용 규모가 컸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김포신도시에서 보상액이 많았다.

건교부는 토공과 주공으로부터 보상금 수령자 명단을 넘겨받아 그 가족들의 신원까지 확보했으며, 이들 명단과 실거래 신고 내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보상금 수령자의 가족이 부동산 거래를 한 경우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관련자 명단을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라며 "증여세 포탈 여부는 국세청 조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격 조사 왜 하나=건교부는 토지보상금 수령자와 가족들이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상금을 받아 주택 투기에 나서는 일을 원천봉쇄한다는 게 건교부 방침이다. 그러나 '뒷북 행정'이란 비판도 많다. 정부가 앞장서서 막대한 토지보상금을 풀어놓고 뒤늦게 '불법 증여' 를 뿌리뽑겠다며 집값 상승의 책임을 토지보상금 수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보상금의 불법 증여는 걸러내야 하지만 이를 통해 집값 안정을 이루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는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땅값 상승과 보상금 과다 지급이란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제는 개발의 속도와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보상이 이뤄진 고양 삼송, 평택 소사벌 등지의 보상금 수령자와 가족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까지의 부동산 거래 내용이 집계되는 8월 이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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