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린 '봉사 은행'… 50여 지자체로 운영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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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김모(31.여.미용사)씨는 최근 '동작자원봉사은행'에 '출금(出金)'신청을 했다. 그가 찾는 것은 돈이 아니다. 그동안 틈틈히 미용 자원봉사를 하며 '봉사통장'에 모아둔 1백9시간의 봉사시간 중 20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얼마전에 수술을 받아서 거동이 불편하십니다. 하루 두시간씩 2주일동안 수발을 들어주실 분이 필요해서요."

근로활동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틈틈히 봉사에 나서고 있는 조모(42.여.대방동)씨도 지난해 장애인인 딸의 공부를 도와달라고 요청, 13시간을 사용했다. 조씨의 '봉사통장'에는 지금 1천6백16시간이 남아있다.

자신의 봉사시간을 적립해 두고 필요한 경우 본인 또는 타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봉사를 요청하는 '자원봉사은행'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대판 품앗이 제도인 자원봉사은행은 동작구가 1999년 11월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 경기도 성남시, 군포시 등 전국 5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7월 사단법인이 된 '동작자원봉사은행'(이사장 함세웅 상도동 천주교회 주임신부.(www.djvol.or.kr))이 지난 29일로 설립 4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이곳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사람은 모두 1만7천5백여명. 이들이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봉사한 시간은 지금까지 34만3천여시간에 이른다. 이중 가장 적립을 많이 한 사람은 박기승(58.상도4동)씨로 4천9백16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했다.

이곳에서는 ▶독거노인 돕기 등 재가봉사▶재활원 시설돕기 등 시설봉사▶외국어, 의료 등 전문봉사▶환경보호, 재활용품 수집 등 지역봉사▶관공서 지원등 기관봉사 등 35개 분야에서 봉사를 할 수 있다.

박상금 운영부장은 "자신의 봉사가 시간으로 기록되는 통장을 보고 매우 뿌듯해들 하신다"며 "봉사 자체에 의미를 두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자신의 적립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량진1동 은모(45.여)씨의 경우 식사준비 등으로 모은 5백4시간중 2백76시간을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 학습지도용으로 사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우중 구청장은 지난 29일 동작문화복지센터 대강당에서 은행 설립 4주년 기념식 및 축하 행사를 갖고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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