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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일진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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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진다이아몬드㈜는 세계 3위의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회사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석재.세라믹.금속 등의 정밀가공용 공구에 꼭 필요한 소재다. 이 회사가 지난달 8일 이윤영(54.사진) 사장을 새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한양대 공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두산중공업(옛 현대양행.한국중공업)에서 29년간 일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는 드물게 '변화관리' 책임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두산중공업의 변화관리 담당 전무로 임명돼 당시 컨설팅을 맡았던 맥킨지와 함께 옛 한국중공업의 민간기업 변신을 위해 일했다. 그는 "변화관리는 일종의 심리학"이라고 했다. 때로는 위기위식을 바탕으로 조직원을 끌고 갈 때도 있었다. 2004년부터 두산중공업의 경영 지표가 개선됐고, 덕분에 그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과거=이 사장은 새 일터인 일진다이아몬드에 대해 "기술을 매우 중시하는 독특한 문화"라고 설명했다. "모든 게 공장 중심이고 어떤 때는 영업보다 기술을 더 중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말도 했다. 이는 일진다이아몬드의 탄생 배경을 보면 이해할 만하다.

이 회사가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기 전에 세계 시장은 E6(옛 드비어스)와 DI(옛 GE)가 양분하고 있었다. 국내 공구업체는 필요한 다이아몬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벤처정신'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데다 기술 장벽도 높아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던 분야였다.

허진규 회장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1985년부터 KIST의 은광용 박사,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 등과 산학연 협동으로 공업용 다이아몬드 개발에 착수했다. 5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90년 양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장 진입은 쉽지 않았다. GE는 생산준비 단계였던 89년 말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4년간 미국 법원에서 힘겨운 법정투쟁을 거쳐야 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은 GE와 일진과의 싸움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혈투 끝에 시장에 진입한 일진다이아몬드는 95~2001년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생산하기만 하면 수요자들이 줄을 서서 제품을 사가던 시기였다.

◆ 현재=취임 후 충북 음성의 공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회식에 참석했던 이 사장은 깜짝 놀랐다. 회식이 끝나고 직원들이 모두 함께 "찬연히 떠오르는 동녘의 해를 보라…"로 시작되는 사가(社歌)를 우렁차게 불러제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직원들의 애사심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잘 일구면 큰 일을 만들 수 있는 멋있는 문화"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과 싸워서 이겼다는 자부심은 이해하지만 빨리 겸손해질 필요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현재 일진다이아몬드는 세계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의 1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E6와 DI가 각각 20%씩 점유하고 있다.

◆ 미래=이 사장은 일진다이아몬드에서도 '변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단순한 원가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원가 혁신'을 이끌어내 공장 원가를 낮추고 영업 역량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그는 "지난해 실적을 보니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매출과 이익이 터닝 포인트(반환점)를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849억원과 영업이익 7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2010년에는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영업이익률 세계 1위, 정밀소재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해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345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담아 '비전 2010'도 발표했다. 사업영역도 초경합금(Hard Metal), 유정 (油井) 굴착용 다이아몬드 등으로 넓혀 2010년에는 매출액 대비 70%를 신규사업으로 채울 계획이다.

유정용 다이아몬드는 원유 시추시 사용되는 절삭기구의 핵심소재로 미국.중남미.중국.동남아 지역의 유전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그 수요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개발을 끝낸 유정용 다이아몬드를 상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며, 광학용 다이아몬드(CVDD)도 개발 중이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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