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주부 34% "일 때문에 출산 시기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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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녀가 있는 취업주부 중 3분의 1 정도(34.4%)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자녀 수나 출산 시기를 조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절반 이상(58.4%)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직장생활 중단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팀이 올 4~6월 초등학생 연령 이하의 자녀를 키우면서 맞벌이하는 전국의 기혼여성근로자 8백8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2백만원 이상의 고소득 직장여성의 경우 41.9%가 일을 위해 출산조절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혀 저임금을 받는 여성에 비해 비율이 높았다. 월 임금 1백50만~2백만원을 받는 여성의 경우 응답자의 30.2%, 1백50만원 미만인 경우는 32.9%가 일 때문에 자녀 수나 출산시기를 조절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종별로는 사무직 여성(38.1%)이나 관리.전문직 여성(35.5%)이 판매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25.4%)보다 출산조절 경험이 높았다. 즉 고소득 사무.관리직 여성의 경우 일을 위해 자녀 수를 조절하고 그 결과 전체적인 출산율이 낮아지는 사회현상에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또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임신.출산 때문에 직장생활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졸 이하의 학력이거나 자녀가 2명 이상인 여성 응답자의 3분의 2 정도는 각각 이 같은 이유로 직장생활 중단을 생각해 봤다고 밝혔다.

장박사팀은 직장 중단 고려와 자녀수 조절 경험 유무에 따라 응답자를 네가지로 분류했다. 그 결과 직장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고 자녀 수도 조절하는 등 직장과 자녀 사이에서 매우 심한 갈등을 겪는 갈등형이 29.5%로 가장 높았다.

직장 중단을 고려한 적은 있으나 자녀 수는 조절하지 않은 경력조절형이 27.6%나 됐으며 자녀 수를 조절한 경험은 있으나 직장생활 중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출산조절형은 17.8%로 가장 낮았다. 반면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직장 중단이나 자녀수 조절을 경험하지 않은 안정형은 전체의 4분의 1(25.1%)에 불과했다.

장박사는 "응답자들은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에 살아남은 '생존자'이므로 실제로는 훨씬 높은 비율의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문제로 직장을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여성들은 아직도 자녀에게 충실한 엄마와 책임을 다하는 직업여성 사이에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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