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주수도 회장 징역 1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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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그룹의 주수도 회장이 20일 서울 자양동 동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재판부는 주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법원이 제이유 그룹의 다단계 영업을 '기획사기'라고 결론 내렸다. 제이유 그룹 주수도(51) 회장에겐 다단계 사기 범죄로는 역대 최고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최규홍)는 20일 사기(2조1000억원).횡령(280억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주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제이유의 최상위 사업자로 등록된 윤덕환.오세원 피고인에게도 각각 징역 6년과 5년형을 내렸다. 다른 간부 8명에 대해선 '가담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3년에 집행유예(2~5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이유 그룹의 사기 행각으로 수많은 투자자에게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좌절을 안겨 가난을 대물림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애초에 불가능한 사업 방식"=주 회장 등은 그동안 제이유의 사업 방식은 다단계 판매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생필품을 위주로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판매해 왔기 때문에 상품 구매가 중단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중에 가입한 회원도 수당을 못 받을 일이 없다는 논리였다. 수당도 법정 한도인 35%를 넘기지 않는 등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이유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매출이 늘수록 빚만 누적돼 가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매출이 커질수록 더 많은 후순위 판매원들의 납입을 필요로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먼저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친지들을 피해자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많아 정상적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등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 회장 마음대로 일부 회원들에게 엄청난 수당을 지급한 점▶기존 사업 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이름만 바꾼 새 영업방식을 도입해 똑같은 영업을 한 점▶회원들의 물품 구매 이유도 생필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수당을 목적으로 한 점 등을 들어 제이유의 영업은 '불법적인 다단계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자백을 유도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도 "이를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도 일확천금 꿈꾼 책임=이날 법정에 나온 일부 피해자들은 "죄질에 비해 극히 낮은 형량이 나왔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피해자 모임의 양종환씨는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또 제이유의 불법 영업을 도운 비리 인사들을 찾아내고 주씨의 은닉재산을 찾아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엔 피해자 단체와 제이유 직원 300여 명이 나왔으며 판결 직후 이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액의 매출만으로 쉽게 돈을 벌려는 피해자들의 안이했던 태도가 막대한 피해의 일부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피고인들의 형량 결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과 제이유 측 변호인 모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다단계 사기에 대해 법원이 내린 최고 형량은 1조원의 피해를 유발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위베스트 안모(48) 대표에게 내려진 10년형(대법원 판결)이다.

◆공유마케팅=회원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기만 하면 수당을 주는 신종 다단계 기법. 상위 회원이 하위 회원에게 물건을 팔아 이익금을 챙기는 기존 피라미드식 판매와는 다르다. 제이유 그룹은 물건 구입과 하위 회원 육성 실적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눠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 회원 가입 뒤 판매 실적이 1000만원가량 되면 '에이전트'가 된다. 이때부터 210만원어치 물품을 살 때마다 포인트가 부여돼 포인트 1점당 약 300만원의 후원수당을 받는다. 에이전트는 판매 실적에 따라 '마스터→디렉터→매니저→프린스→크라운→프레지던트→임페리얼'의 순서로 올라간다. 제이유 측은 이를 공유 마케팅 대신 '소비생활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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