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신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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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금 동유럽에서 일고있는 종교열은 매우 뜨겁다. 교회엔 사람이 몰러들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서도 갖가지 교회복구사업이 활기를 띠고있다.
또 과거 국가에 몰수당한 교회재산의 반환 또는 원상회복으로 교회재정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신도 증가추세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젊은층 신도의 급격한 증가다. 최근 동유럽국가들 교회에선 청바지·미니스커트 차림의 많은 젊은이들이 미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노인·부녀자들만으로 채워졌던 옛날 교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체코 프라하 카를로바대 신학교수 밀로슬라프 피알라신부는 공산압제하에서도 동유럽교회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으며 89년 민주혁명으로 종교는 부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카를로바대에 신학부가 부활되면서 다시 교단에 복귀한 피알라신부는 현재 8백명의 학생이 신학부에 등록해 있는등 특히 젊은층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피알라신부는 동유럽에서 종교가 되살아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공산체제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사람들이 정신적 지주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산체제 몰락후 생겨난 정신적 공백을 메우기위해 종교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러나 동유럽교회는 이제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동유럽교회가 맡았던 역할, 즉 공산정권의 압제에대한 저항이라는 역할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또 교회가 새롭게 당면한 「문제」이기도하다.
현재 동유럽교회가 안고있는 문제는 첫째로 민주사회에서 국가와 교회의 역할정립, 둘째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 나타난 물질만능주의·빈부격차·실업등 경제문제, 그리고 셋째로 낙태·학교에서의 종교교육등 사회·도덕문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지난 8월 폴란드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교회는 정부정책에간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으며 64%는 『교회역할이 제한돼야 한다』고 응답, 앞으로 교회의 정치에 대한 간섭을 경계하는 성향을 보였다.
현재 폴란드에선 교회와 정치의 관계가 핫 이슈가 되고있다. 폴란드 국민의 다수는 이제 교회는 교회 본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폴란드 가톨릭 최고지도자 글렘프추기경은 최근 폴란드국민들이 교회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사실을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민주화이후 폴란드인들의 자유방임적 생활태도, 종교적 무감각이 늘고 있음을 우려한다.
독실한 가톨릭신도들인 폴란드인들이 이처럼 교회와 서먹서먹한 관계에 있도록 만드는 더 큰 요인은 낙태합법화와 학교내 종교교육 문제다.
특히 낙태문제는 교회와 여성단체가 대립, 서로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56년 낙태가 합법화된이래 폴란드 여인들에게 있어 낙태는 「양보할 수 없는 권리」가 돼왔다. 뿐만아니라 정부도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각종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공산체제 몰락후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교회와 여성계가 낙태 합법화여부를 놓고 맞부닥쳤다.
교회는 낙태를 합법적인 살인행위로 규정하고 절대반대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지난 8월 폴란드 방문때 『사람이 만든 의회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법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폴란드인들은 어렵게 얻은 자유를 방종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에서는「교회의 이름을 빌린 남성중심주의」 「가톨릭 전체주의」라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생활고 속에서 낙태가 금지됨으로써 여성이 받아야할 경제적 고통을 생각할 때 낙태 합법화야말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필요불가결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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