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가장 높은 데서 가장 몸 낮추는 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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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젊은 사원들이 서울 오쇠동 본사 로비에서 모형 항공기를 가운데 놓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정은·이새한·여소영·조영현·.김학진·탁은광씨. [사진=박종근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17일 창립 19주년을 맞은 젊은 회사다. 이 회사는 1989년 시행된 해외 여행 전면 자유화를 앞두고 승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88년 제2의 민간 항공사로 출범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대형 항공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여객수송에서 세계 35위, 화물 수송에서 19위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1270만 명의 승객과 66만t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 3년 연속 흑자를 냈으며,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7개국 62개 도시에 취항한다. 국제 노선 73개 가운데 65개가 일본(19개), 중국(26개), 다른 아시아 국가(20개)에 개설돼 있어 아직까지는 운송망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항공기는 59대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대형 항공기 8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로 승객의 마음을 읽는 세심한 서비스가 꼽힌다. 더운 나라로 떠나는 여행객을 위해 최초로 '외투 보관 서비스'를 제공했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마술쇼, 생일 축하 공연, 미용 팩과 네일케어 등 이색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기내 완전 금연이 법으로 규제되기 전인 95년부터 전 노선 금연을 실시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공동으로 여행에서 남은 동전을 모으는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를 1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누적 모금액이 30억원을 넘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조용무 차장은 "승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윤리 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직종 간의 조화=아시아나항공에는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객실 승무원, 정비사, 공항에서 수속업무를 맡는 공항 서비스직, 항공권을 판매하고 화물 운송을 수주하는 영업직, 운항 스케줄과 비행계획을 짜는 운항 관리직, 일반 관리직 등 여러 직종의 직원이 일한다. 조종사.정비사.운항관리사는 국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직종 간 업무 내용과 훈련 과정이 많이 다르다. 이 때문에 상호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연중 '올 포 원(All for One)'으로 명명된 교육이 진행된다. 조종사.정비사.승무원.일반직원들이 합숙하면서 서로 소개하고 토론하며 봉사 활동도 함께하는 자리다.

안전을 중시하는 항공 회사답게 사내 문화는 다소 보수적이지만 선후배 간의 의사소통은 활발한 편이다.

◆글로벌 감각과 서비스 정신=인사팀 신용현 대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세계 각국의 고객을 최일선에서 접하므로 국제적인 감각과 서비스 정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대내외 소통 능력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공항 서비스직.영업직.일반 관리직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졸자 공채를 통해 채용한다. 아시아나항공에는 한 해에 70여 명이 배치된다. 채용은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며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1차 면접과 한자시험, 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집단 토론, 역량 면접, 자질 및 인성 면접을 통해 국제감각.적응력.적극성.원만함 등을 평가해 뽑는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견해,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의 뜻, 면접 당일 회사의 주가 등 깊이 있는 질문과 기초적인 질문이 동시에 쏟아진다. 즉석에서 외국어로 발표해 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조종사.객실 승무원.정비사.운항관리사 등 4개 전문직종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한다. 객실 승무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해에 세 번 선발하며, 최대 100명까지 뽑은 적도 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논다=항공사에 근무하면 남들이 놀 때 일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방학.휴가철.명절과 길게 이어지는 황금연휴 때 가장 바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뒤에는 무료항공권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직원들은 무료 또는 90% 이상 할인된 국내.국제 항공권을 연간 20여 장 쓸 수 있다. 부모님과 자녀,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님까지 혜택을 받는다.

고객을 태우고 남는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주로 비수기 때 이용한다. 제휴를 맺은 57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도 성수기만 아니면 거의 공짜로 탈 수 있다. 제휴 호텔에서는 숙박비를 대폭 할인받는다. 여행.취미에 관한 여러 사내 동아리가 꾸려져 있어 즐겁게 놀기 위한 정보도 뒷받침된다. 회사 내 개설된 외국어.요가.댄스.교양 강의 등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박현영 기자

■ 신입사원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이영(23.사진)씨는 여행을 좋아해 이 회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여행의 관문이 항공사이고, 손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는지 아는 사람만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승객들이 즐겁게 여행하도록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고려대 국문과 4학년으로 이달 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대학교 1학년 때 배낭 하나 짊어지고 3주간 일본 전역을 여행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4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친 뒤 한 달간 혼자서 미국 뉴욕을 여행하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누구를 만나도 30분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을 갖게 됐다.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린 인디문화축제인 프린지 페스티벌과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하루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났는데,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일을 즐기는 자신을 보면서 서비스 업종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다양한 여행과 봉사 경험은 면접 때 큰 도움이 됐다. "아이와 함께 디즈니랜드에 가서 100달러를 줍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여행하면서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 속상했던 기억을 되살려 "찾아주려 노력하고, 찾지 못하면 아이와 함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 회사의 경영 방침과 어우러지는 답이어서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는 서비스를 파는 기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조업 등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사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정성들여 쓰는 것은 물론이고,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최소화하면서 다른 개성을 강조할 것을 권했다.

박현영 기자

■ Q & A

Q: 올해 채용 계획은.

A: 상반기에는 3월 말~4월 초 채용 공고를 낸 뒤 5~6월 1.2차 면접을 거쳐 7월 입사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에는 9월 말~10월 초 공고, 10~11월 1.2차 면접, 내년 1월 입사한다.

Q: 객실 승무원은 따로 뽑나.

A: 필요할 때마다 뽑는다. 보통 1년에 3차례 선발하며, 인원은 수십 명에서 100명 안팎까지 때마다 다르다.

Q: 연봉과 근무 보상 방식은.

A: 초임 연봉은 3100만원 수준이다. 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각종 수당이 더 붙는다. 과장 이상부터는 연봉제를 적용한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많나.

A: 일본.중국.미주 지역본부가 있고, 17개국 62개 도시에 사무소가 있어 기회는 많은 편이다. 보통 과장급 이상에서 해외 주재원을 선발하며 근무기간은 4년이다.

Q: 일반관리직은 어디서 근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