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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쁜날” 축하… 포옹…/신민·민주가 하나되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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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떳떳이 거리에 나설수 있게 됐다”/전날밤 김·이 총재 극비 매듭협상
4년만에 다시 합친 단일야당이 출범하는 날 통합선언을 하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축하분위기로 들떴다.
오랜 물밑대화끝에 5일의 전격적인 합당합의와 9일밤 김대중·이기택총재의 심야비밀회동까지 숨가쁜 통합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통합의 흥분만큼 앞으로의 정국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합당선언◁
○…양당통합선언을 한 김·이총재의 합동기자회견이 열린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대회의실에는 신민당소속의원 전원과 김광일·박찬종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의원 및 양당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서로 부둥켜안고 축하인사를 나누는등 축제분위기.
한때 정발연발족으로 신민주류측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상수·김종완의원 등은 주류측 인사들과 손잡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실을 보게 돼 정말 기쁘다』며 서로를 위로했고 박상천 대변인은 환영성명발표와 대회장에 몰려든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답하느라 진땀.
이날 대회장에는 회견시작 30분전부터 야당 관계자 5백여명이 대거 몰려들어 일대 성황을 이뤘는데 통합준비작업에 따른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마침내 해냈다. 국민적 숙원의 야권대통합』『통합야당 앞장세워 민주정부 쟁취하자』는등 2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예상보다 10여분 늦은 오전 9시10분 박상천 신민·장석화 민주당 대변인의 공동사회로 40여분동안 진행.
「통합야당 앞장세워 민주정부 쟁취하자」는등 플래카드가 내걸린 단상에는 김·이 두총재가 나란히 앉아 의원·당직자들의 축하박수에 답하며 밝은 표정.
이날 공동선언은 이총재가 국민의례에 이어 9일밤 최종합의한 합의문과 공동선언을 낭독하고 김총재가 인사말을 하는등 민주당에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양갖추기에도 신경.
이총재와 김총재의 공동선언과 인사말도중 3∼4차례 박수와 환호가 물결쳤고 양당의 막후협상 주역인 한광옥·김정길 두의원은 동료의원들로부터 『수고했다』는 악수세례를 받는등 시종 여유있는 분위기.
○…김대중 총재는 이총재의 합당선언문낭독에 이어 가진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참으로 기쁜날이며 이 기쁨은 민주·신민당만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야권통합을 격려,편달,질책해온 국민들의 것』이라며 『과거 야당사에도 거의 성공한 적이 없는 일을 우리가 해냈다』『이제 우리도 떳떳이 거리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자랑.
김총재는 이어 『그동안 3당통합을 야합이라고 멸시했지만 지난 광역의회선거결과 수구세력 대연합의 힘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시인.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대통령후보의 선출방법과 시기등을 묻자 김총재는 『모든 힘을 통합에만 쏟아 미처 생각못했다』며 『당에서 충분히 토의·결정된대로 따르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회견을 종료.
○…김·이총재는 공동기자회견후 함께 손을 들어 보인뒤 단상을 내려와 서로 다른 당소속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
이총재는 회견후 바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자제했던 속심정을 토로.
그는 『한없이 기쁘다. 4·19혁명후 지금껏 정치를 해 왔지만 오늘만큼 보람을 느껴본적이 없었다』며 환한 웃음.
그는 『어제 김총재와 만나면서 민주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역사적 소명을 갖고 통합협상에 임한다는 진실을 읽을 수 있었다』고 김총재를 추켜올린뒤 지도 체제문제에 대한 막판협상 내용을 공개.
▷김·이총재 극비회동◁
통합 선언 전야인 9일 밤 김·이총재는 협상대표 6인과 함께 공식적으로는 1년2개월만에 회동해 새야당의 운영등 통합방안을 최종 확정.
성북동 한 성당을 회동장소로 잡은 이총재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차를 바꿔타는등 「극비」로 진행.
1시간30분가량 두 총재가 단독요담을 한뒤 30분간 협상팀을 배석시켜 「수권야당건설을 위한 합당선언문」을 구술해 작성토록 했다.
단독요담에서는 총선·대통령선거까지의 주요 정치일정과 정국전망,신당의 성격,당3역을 포함한 당직 및 지구당조직책임명문제 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뒤 김총재는 동교동자택에 돌아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이총재와 나는 서로를 아끼고 동고동락하기로 굳은 다짐을 했다』고 분위기를 설명.
이총재는 그동안 「통합작전」본부였던 시내 타워호텔에 돌아와 홀가분함과 착잡함이 교차되는 표정속에 『민자당합류를 거부하고 도덕정치·개혁정치·세대교체를 목표로 민주당을 만든 뜻이 실패했다』고 소감을 피력하고 『그러나 더 큰 당에 이를 접목시켜 실현하겠다』고 의지표명.<문일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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