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한계 벗고 「강야」로/향후 정국의 변수(통합야당시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 총재 대선 재도전 발판구축/물건너간 내각제… 공동대표제 효율적 운영 과제
김대중 신민,이기택 민주당 총재가 10일 공동으로 합당선언을 함으로써 87년 대선당시 분열됐던 야권이 4년만에 다시 단일야당으로 합쳤다.
단일야당의 출범은 올해 정계의 가장 큰 변화로 야권개편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여야관계,나아가 각 정파의 대권구도와 권력구조 개편문제 등을 포함,향후 정국흐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우선 이번에 김총재가 야권통합을 성사시킴으로써 지금까지 정가에 무성하던 내각제개헌 가능성은 일단 물건너갔다는 것이 여야정치인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지금까지 정가에서는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이 이뤄져 소위 통일정국이 펼쳐지면 정계개편과 이에 따른 내각제개헌등 권력구조개편이 시도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을 계기로 김총재가 거여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단일야당을 창출,직선제에 의한 대선재도전의지를 명백히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내각제개헌등 정국개편의 변수들을 없애버린 셈이다.
이와 함께 통합야당이 다당제를 전제로한 대선거구제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현재 여야간의 정치쟁점이 되고 있는 선거구제도 종래의 소선거구제로 자연스레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야당의 출현으로 가장 확실하게 윤곽이 드러난 것은 대권재도전의 승부수를 꾀하고 있는 김총재의 야심이 재실현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일 것이다.
지역당의 입지속에 호남당·영남당으로 분열됐던 야권의 한계를 야당통합으로 일단 극복하는 전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총재가 통합과정에서 지분·당직 배분 등에서 큰 양보를 하고도 합당을 성사시키려고 한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인 족쇄로 작용했던 지역당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씻고 전국적인 지지기반을 마련하기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인 야권 통합을 성사시켜 대체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치불신감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야권의 정치적 신뢰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단일야당으로 출범하는 새 「민주당」이 지금까지 구태 의연한 야당의 정치 행태를 얼마만큼 씻고 실제로 호남세가 절대우세한 가운데 자칫 기울어지기 쉬운 지역당적 편향을 불식할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신민당의 당 운영방식은 김총재 1인체제의 경직성과 독단성을 보여 야당의 병폐로 지적돼 왔다.
단일야당은 김·이총재의 공동대표제에 민주계와 현재의 신민당비주류인 정발연도 당내계보의 한자리를 차지해 다양한 소리를 내는 구성이 됐다.
「김·이공동대표의 합의에따른 당무운영」방침에따라 당운영체제도 종래의 1인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대표제라는 생소한 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통합야당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대표제는 지난 85년부터 2년간 민추협 공동의장제로 한차례 선보였던 적은 있으나 정당사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통합야당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김·이 공동대표의 합의 정신이 지켜지겠지만 원내다수를 거느린 김총재의 페이스대로 움직일 것은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은 통합막후협상에서 김총재에게 법적대표권만 부여하고 모든 당무는 완전합의에의해 처리토록 했으나 현재로서 합의제운영이 잘될지 의문이고 이와 함께 각계파가 새로운 관계정립을 할때까지는 집안내의 잡음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일야당의 보다 큰 난관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해결해야할 당직과 지구당조직책 인선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양당총재는 9일밤 최종막후접촉에서 당조직지분을 신민 6,민주 4로 하되 재야는 각 지분내에서 영입키로 했다.
또 조직강화특위는 5대 5 동수로 구성키로하고 특히 서울지역은 현역의원을 포함,각각 6대 4의 비율로 배분키로 했다. 그러나 조직책을 「인물본위」로 선정키로 해 분쟁의 불씨가 감춰져있다.
이것은 14대 공천문제와 직결되어있기 때문에 실제 이 원칙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해석상의 차이와 마찰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게돼 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총재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통합신당의 이미지는 왜곡될 수도 있다.
때문에 통합신당이 어느정도의 면모일신을 보이느냐가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 여부를 좌우하는 숙제로 제기되고 있다.<정순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