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 "금리 내려라" 버냉키 미FRB 의장"아직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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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바니 프랭크 위원장)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벤 버냉키 의장)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서는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맞선 인물은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버냉키 의장의 이날 출석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이후 처음이다.

버냉키 의장은 학자 시절부터 '물가가 기준치 이상 오르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철저히 물가를 관리하는 '인플레이션 타깃' 정책을 설파해 온 인물. 반면 의회는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활성화 등을 우선시하는 민주당이 12년 만에 과반수를 차지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프랭크 위원장은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줄곧 "FRB의 의무는 인플레이션 억제뿐 아니라 완전 고용도 있다"고 강조해왔다. 게다가 "경제 진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FRB의 인플레이션 타깃 제도 도입 움직임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프랭크 위원장은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며 "FRB가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전망이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며 "FRB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금리 인상 여부가 아니라 인하 여부"라고 따졌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프랭크 위원장이 경기 활성화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다.

반격에 나선 버냉키 의장은 프랭크 위원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안정적"이라며 "그러나 이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압력이 높아진다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FRB의 최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해 준 셈이다.

미국은 최근 임금이 오르고 있는 데다, 4.5% 정도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자극할 충분한 요인이 있는 만큼 먼저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게 버냉키 의장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금리의 상승.하락 요인이 공존하는 바람에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거나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분기 5.6%에서 2분기 2.6%, 3분기 2%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4분기에는 3.5%로 훌쩍 뛰었다. 경제의 방향을 잡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프랭크 위원장과 버냉키 의장 간 논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결국 미국 경제의 큰 방향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달린 셈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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