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속에 사라진 소 공산독재/국제(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0개 공화국 독립선언 연방분열/서방각국 경협도 계속 관망상태
엉성하게 시작됐던 소련 보수강경파 쿠데타가 「3일천하」로 끝나면서 「제2의 러시아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격변의 사건이 이어진 한주였다.
소련 공산당해체,각 공화국의 잇따른 독립선언 등으로 소련 국내는 여전히 들끓었고 공산당해체 환영,각 공화국 승인,서방각국의 경협대책부심 등으로 전세계가 오직 소련 문제를 제1의 우선 순위로 다루었다.
그런 가운데 소련의 대변혁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북한·중국등 교조적인 사회주의체제 고수국가들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 한주였다.
○…지난달 24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한 성명에서 소련 공산당해체와 자신의 당서기장 사임 및 민주적 신당 결성을 발표하고 ▲당 자산의 의회관리 ▲군·내무부·KGB내의 공산당활동 금지 ▲공화국 및 지방공산당의 장래 자체결정 등을 골자로 하는 포고령을 내림으로써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74년간 지속돼온 소연방의 공산당지배가 마침내 그 종지부를 찍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26일 「신연방조약」의 조기체결을 전제로 연방 대통령을 비롯,정부조직 구성에 필요한 조기선거 실시를 천명했다.
○자산 몰수 활동도 금지
○…이 와중에 각 공화국의 독립선언이 확산됨으로써 소연방의 급속한 붕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독립 의욕이 가장 강한 리투아니아·라트비아(각각 지난 3월 선언) 에스토니아(8월20일 선언)등 발트 3국에 이어 백러시아·아르메니아(각각 25일),몰다비아(27일) 등이 속속 독립을 선언해 소련내 15개 공화국중 10개가 독립을 선언했다.
이같은 공화국 연쇄독립 현상에 대해 서방각국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덴마크를 비롯한 20여개국이 발트 3국의 독립인정 또는 수교했으며,미국과 독일·한국·일본 등도 이들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천명했다.
○발트 3국은 사실상 독립
○…소련의 급속한 변혁에 서방각국은 자국의 이익과 맞물려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6일 대소 식량차관 2차분 5억달러중 3억1천5백만달러를 조기 지원키로 결정한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27일 대소 기술 지원용기금 3억달러를 배정했다.
일본도 긴급 식료품원조 1억달러를 계획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협에 대해서는 소련에 빼앗긴 북방도서반환 문제와 연계시킬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탈리아도 1억달러의 현금원조를 소련측에 제공키로 결정했다.
한편 존 메이저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부터 8일간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방문,7월 서방선진 7개국(G7)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대소지원 방안 범위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1일 소련을 방문,이를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방붕괴,각 공화국독립 등의 여파로 서방측의 대소 경협은 대체로 관망 상태에 있다.
○중국,1급 전시체제령
○…소련 대변혁이 중국·북한등 교조사회주의국가 권부에 계속해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중국은 소 공산당해체 사태와 관련,이같은 자본주의의 사회주의 체제 번복기도에 대해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중국은 특히 소련 변혁의 진행 이후 북경 등에 1급전시체제령을 내려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26일 밝혀졌다.
한편 북한 당국은 쿠데타 발생 직후 『사회주의의 승리는 역사적 필연』이라는 로동신문의 논설과 함께 이례적으로 신속한 보도자세를 취해왔으나 쿠데타실패 이후 마지못해 소련의 새지도부와의 유대강화를 표명하는등 갈팡질팡하더니 30일 김일성 사망설이 동경과 홍콩 증시에 나는가 하면 신의주에서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발생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는등 정세불안 소문이 계속되고 있다.<윤재석 외신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