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쿠데타 「술」때문에 실패”/미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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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통령·총리 만취상태… 불신도 한몫
소련 쿠데타는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소련 국민의 저항으로 좌절되었지만 주모자들의 술과 거짓말·상호불신도 실패의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한데 따르면 쿠데타 주동자들이 8인비상위원회를 결성한 18일밤 야나예프 부통령과 파블로프 총리는 만취상태에 있었다.
파블로프 아들의 모스크바 귀환·축하파티가 그의 집에서 열렸던 것이다.
이들이 만취되어 있을때 국가보안위원회(KGB)로부터 긴급비상사태가 발생,크렘린지도자들 회의가 곧 열린다는 내용의 전화통지가 전달됐다.
이 회의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참석자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병때문에 비상조치를 내린다는 성명서에 서명하게 되었다.
이 모임에는 8인위 멤버외에 발레리 볼딘 고르바초프 비서실장·유리 플레하노프 KGB 제9지구대장(정부요인보호)·올레크 셰린 공산당중앙위 서기장·알락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 외무장관·아나톨리 루키야노프 연방최고회의 의장 등이 참석했다.
볼딘·셰린·플레하노프 3명은 크렘린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나 비상사태선포를 설득하려다 실패하고 막 돌아왔었다.
이 자리에서 크류츠코프 KGB의장은 『큰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며 누가 주도하는지는 몰라도 군붕괴가 시작되어 수도와 주요전략지점들­TV방송국·철도·의원들의 호텔 등을 포위하려 하고 있고 이 회의의 참석자들을 포함한 많은 정부관리들이 가족과 함께 처형대상에 올라있다는 정보를 제시했다.
이어 고르바초프를 만나고 온 군인은 그들도 같은 정보를 갖고 있다며 고르바초프가 심각한 와병중에 있어 그들이 의사의 제지로 잠깐밖에 면담할 수 없었다며 고르바초프의 병이 심장마비거나 졸도한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크렘린에 사무실을 갖거나 푸고 내무장관과 크류츠코프 KGB의장은 각기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했으나 그후 별다른 회동을 하지 않았고 고르바초프의 개인비서나 측근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누며 이들의 크렘린 출입도 방해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의회의 입법위원회 위원장인 고르바초프의 측근 유리 고리크는 친구인 내무차관 이반 셸로프를 만나 휘하병력을 통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다음날 각료회의에서 8인위의 균열이 나타났다.
파블로프 총리가 각료회의에서 전날밤 모임을 자세히 들려주며 동료주모자들을 냉소하고 더듬는 말로 자기의견을 반복하다가 집으로 돌아가 병을 구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빅토르 게나슈센코 중앙은행총재는 그가 술에 심히 취했거나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보았다.
수요일 오전 열린 군지휘관회의에서 야조프 국방장관은 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쿠데타의 반전을 원하고 있음을 강력시사했고 이에 따라 지휘관들은 모스크바에서 군철수와 통금해제,비상위의 합법성을 위한 의회소집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으며 야조프도 이 결의안에 동조했으나 그의 사임제안에는 기권했다.
이로써 쿠데타는 끝났고 야조프와 크류츠코프는 비행장으로 떠나(크림행이었으나 망명으로 처음 알려짐) 옐친이 체포령을 내렸고 야나예프 대통령권한 대행은 베니아님 야린 고르바초프 보좌관에 의해 그의 방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야나예프는 『누가 체포되었느냐』고 묻고 그렇다는 거짓답을 들은후 보트카 2병을 마시고 떨어져 다음날 아침 7시 야린이 깨워서야 일어났으나 인사불성 상태였다.<뉴욕=박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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