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각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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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13일 6자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 "만약 북한이 이번 합의를 어길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번 합의가 북한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첫발을 디딘 것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왜 합의했나=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미국이 그런 북한과 '2.13 북핵 합의'를 맺은 것은 외교.안보 지형이 크게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이라크에 14만 명을 배치한 데 이어 최근 2만 명을 증파하고 있지만 사태가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도 골칫덩이다. 이란은 최근 우라늄 농축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에 발목이 잡힌 미국으로서는 이란과 정면 대결에 나설 처지가 못 된다.

미국 내 상황도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했다. 그 결과 이라크전을 주도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경질됐다. 또 딕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도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다.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 재고를 야금야금 늘릴 경우 2008년 11월 치러질 미 대선에서 메가톤급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이미 '부시 행정부가 지난 6년을 허송세월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을 선택했다. 북한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정치적 시간을 벌고 중국의 환심을 사는 한편, 민주당의 예봉도 피하자는 계산이다. 또 대외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2.13 합의라는 보자기 속에 담아 둠으로써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를 얻게 됐다.

6자회담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뉴욕 타임스(NYT).워싱턴 포스트(WP) 등의 미국 언론은 일단 북핵문제 해결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합의 거부해야"=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 격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 합의 내용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반할 뿐 아니라 이란의 핵 개발 저지에 나선 미국의 약점을 드러낼 우려가 있다"며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협상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WP는 "이번 합의는 클린턴 시절인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워싱턴에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도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현상 동결 차원의 해법일 뿐"이라며 "북한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6기 이상의 핵무기와 핵물질(플루토늄), 그리고 비밀 우라늄 프로그램은 손도 못 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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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최원기 기자, 워싱턴= 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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