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설 민심 잡기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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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노점상인을 격려한 뒤 직접 풀빵을 구워 팔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안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밖으로….

지지율 1, 2위 대선 주자 두 사람은 11일 대조적으로 움직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을 순회하던 이 전 시장은 이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나라당 당원을 향해 편지를 띄웠다. 주제는 '결백'이다. 편지엔 박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한 억울함과 항변, 분노가 묻어 났다. 오랜만에 드러낸 속마음이다.

박 전 대표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8박9일 일정이다. '근혜노믹스'로 7% 경제 성장률 논쟁을 일으켰던 그는 이번엔 '외교 리더십'에 승부를 걸려는 듯하다.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대선 도전을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만나는 일이다. 일단은 면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 여행길에 올랐다.

민족 대이동의 계절, 설 연휴를 닷새 앞두고 두 사람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러나 목표는 하나. '설날 식탁 민심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소문은 모두 거짓"=이 전 시장의 편지 제목은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다. 200자 원고자 16장 분량의 장문이다. 다음은 글의 요지.

"나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며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왔다. 어떤 검증도 받을 자신이 있다. 나를 둘러싼 소문은 선거 때마다 나왔던 것들이다. 모두 사실무근임이 확인됐다. 나를 향한 음해와 모략이 당 안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한나라당에 있는 건지, 열린우리당에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국민 의식은 앞서 가는데 일부 정치인의 의식은 아직 옛날 수준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일이 계속되면 한나라당에 표를 줘야 할 국민이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8박9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 귀빈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글에서 '나를 향한 음해와 모략'이란 박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과 정인봉 변호사를 지칭한다.

유 의원은 지난달 "후보 검증이 필요하다"며 검증론에 불을 댕겼다. 9일엔 "국가운영을 장사하듯 계산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도 "13일 이 전 시장이 부인할 수 없는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자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전 시장의 글은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고 전방위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검증 논란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면담 추진=11일 출국한 박 전 대표는 13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존 F 케네디 주니어 포럼'에서 초청 특강을 한다. 이 모임은 세계 유명 인사들을 연단에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인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처음 섰고, 박 전 대표가 두 번째다. 15일에는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가는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강연한다.

박 전 대표는 워싱턴에서 핵심 외교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 때에도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상무위원 등 실력자들을 잇따라 만나 외교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캠프 관계자는 "이전투구 같은 한국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해외 활동에서 지지율 반전의 활로를 찾는다는 측면도 있다"며 "퍼스트 레이디 경험으로 쌓은 '외교 지도자'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여성 리더십'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캠프 출정식에서 '한국의 대처'를 선언한 뒤 이어지는 작업이다. 박 전 대표 측은 힐러리 상원의원과 함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성사 여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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