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간단체 「잘살기 운동」 불 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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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필리핀의 한 민간조직체가 무기력한 아키노정부를 대신해 빈곤추방 및 지역사회개발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 필리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유엔이 국가개발을 위해선 정부 못지 않게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비정부조직체(NGO:Non-Governmetal Orgaization)라는 개념이 필리핀에 도입돼 지역사회개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NGO는 정치·문학·경제프로그램을 개발, 가난하고 무지한 필리핀국민들을 대상으로 「잘살기 운동」을 적극 펼쳐나가고 있다.
잘살기 운동이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과거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이 관주도의 정부사업인데 반해 필리핀 NGO는 철저히 민간주도의 잘 살아 보자는 운동이란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현재 필리핀NGO들의 회원은 모두 1만8천명. 이중 2천여명이 지역사회개발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에서 복구사업에 앞강서기도 하고 각 마을·지역단위로 사회간접시설 건설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NGO활동이 지역사회발전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자 코라손 아키노대통령은 NGO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 『각 지방행정관청은 NGO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필리핀정부는 내심NGO의 활동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NGO는 정부가 해야할 기능을 공공연히 떠맡고 나서는가하면 정부의 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필리핀정부가 「공식적」으로는 NGO에 대해 관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배경에는 외국정부가 개발지원문제를 NGO와 직접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외국구호단체들이 필리핀NGO를 세계최고의 NGO기구라고 격찬하면서 이들과 직전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필리핀정부가 NGO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일 예로 캐나다 정부는 매년 1천7백60만달러의 원조를 필리핀에 제공하면서도 이 원조의 35%는 반드시 NGO가 직접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나머지 65%도 이를 관리할 정부조직이 미비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결국은 NGO로 흘러들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NGO의 입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도 현지 미구호단체를 통해 NGO와 직접 접촉, 협력하고 있다.
미국제개발국 필리핀지부장인 브리앙 조지씨는 『우리는 NGO를 통해 매년 1천만달러를 필리핀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NGO는 성실하고 유능하기 때문에 대화상대자로서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 NGO들이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의 NGO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교회 및 사회단체들과 돈독한 연대체제를 갖춰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92년 실시될 대통령선거에서 NGO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필리핀 정치인들도 NGO에 대해서는 한 수 접어주는 형편이다.
필리핀NGO가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조직기반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전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부터다.
필리핀 녹색포럼의장인 맥시모 칼라우, 인민개발위원회 유진 곤갈레스의장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NGO는 노동조합, 농민연합, 여성단체, 도시인민연합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이들 조직들에게 조직운영방법, 법률적·기술적 자문 등을 해주며 급속히 조직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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