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인민군도 조부사진보고 돌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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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립투사 안중근의사의 유일한 손자인 안웅호박사(58)가 지난 13일 숨진 어머니 정옥녀여사의 장례식에 참석차 귀국했다.
현재 미국에서 내과의사로 활동중인 그는 『직접 보지 못한 할아버지이지만 침실에 걸린 사진을 통해 항상 대화하면서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해 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할아버지의 애국정신을 순수하게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3년 중국 상해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들었다. 이와 함께 어린 그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 넣어준 것은 이따금씩 그의 집을 방문했던 중국인들과 할아버지를 존경했던 수많은 일본인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해방된 후 49년 서울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6·25전쟁이 났을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극적인 (?) 도움을 받았다.
숨어있던 집에 따발총을 든 인민군이 들이닥쳐 발각돼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 준생씨가 『당신들이 그 아이를 쏘면 안중근의사의 대가 끊어진다』고 외쳤다. 인민군이 물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아버지는 안중근의사가 죽인 이토히로부미의 아들로부터 받은 할아버지의 옥중사진 등이 담긴 앨범을 내보였다.
이를 살펴본 인민군이 그대로 물러가 위기를 넘겼다는 것.
51년 부산으로 피난간 안씨 가족은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어려운 생활을 해야했지만 안의사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고 도와주려는 주위사람들의 손길을 거절했다.
한편 지병인 간암으로 숨진 안씨어머니 정여사는 60년 자식들이 생활하고 있던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가 강녀 선호씨(62)를 따라 85년 영구 귀국했으며 3개월전 간암진단을 받고 치료해 오던 중 1개월 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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