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낭비를 추방하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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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비위생적이고 낭비가 심한 외식업소의 식단을 표준화한다는 방침 아래 식생활문화 개선작업을 전개하리라 한다.
정부가 14일 식단개선 관계장관회의까지 열고 결정한 이같은 방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발상의 동기가 낭비적인 식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중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무려 27.4%나 되기 때문에 이를 낭비적인 식생활 습관을 고침으로써 줄여보자는 시도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할 때 나오는 여러가지 반찬 가운데 먹어 없애는 양 보다는 먹고 남겨 버리는 양이 더 많다는 것은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남은 음식이 버려지는 것은 크나 큰 낭비지만 이것이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손님의 밥상으로 되돌아 나오는 비위생적인 사례가 없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같은 낭비와 비위생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반찬의 종류를 제한하는 표준식단제는 일단 바람직한 방법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행정력을 동원한 강제적인 방법으로 추진될 때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례는 지난 84년부터 추진됐던 「주문식단제」의 실패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우선 소비자가 과거의 습관에서 탈피하지 못했고,또 하나는 당국이 주문식단제에서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이점을 가시화하지 못한 것이다.
당국의 면밀한 사전 검토가 없는 추진방법에 허점이 많았고,업소와 소비자의 협조가 없어 실패한 것이다.
사람의 관습이란 오랜 역사와 전통속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일조일석에 강제적인 방법으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교육·계몽을 통해 서서히 설득하고 유도해 나가는 점진적 방법이어야 한다.
업소에 대해서는 규제 보다는 권장과 유도를 위해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업소는 다른 업소에 비해 혜택을 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표준식단을 선택함으로써 돌아가는 이익이 보장돼야 이를 선호한다는 이치는 당연하다.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제도가 생활에서 낭비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골치아픈 쓰레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나아가서는 과소비 습성을 근검절약의 생활화로 바꾸어 자원 절약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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