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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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얼마 전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들이 7년 만에 제 부모를 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제 부모가 누군지를 찾고 있었던 상황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만 부모와 아이들이 다 제 피붙이인줄 알고 살다가 맞닥뜨린 일이니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진 것만큼이나 충격이었을 것이다.
아들의 혈액검사를 계기로 친아들을 찾아 나선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딴 얼굴이라고 시집식구들이 눈총을 줘서 남편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자신은 남편으로부터 의심을 받아 이혼당할 지경까지 갔었다고 했다. 병원측의 부주의가 결국은 두 가정의 7년 세월을 암흑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심경과 가정사정을 헤아린다면 친자식을 찾았다는 기쁨은 앞으로의 삶을 밝게 해줄 거라는 희망으로 하여 기른 자식과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내 친구 중 하나는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 호적상의 이름과 달라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무척 당황했었다고 한다. 출석을 불러도 누구이름인가 싶어 멍청히 앉아 있다가 놀림을 당하기가 일쑤였고 「어떤게 진짜 나인가」해서 몹시 혼란스러웠는데, 그 혼란은 서른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아이들은 이름은 물론 생판 처음 보는 부모와 형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엄청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겨우 일곱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잔혹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래 전에 영국에서도 딸이 서로 바뀐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아이를 우리처럼 당장 되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길렀다. 아이들이 스무살이 넘었을 때, 네명의 부모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두 아이는 네명의 부모를 갖게 되었는데 이것은 긴 세월에 걸쳐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똑같은 두 사건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대처되었는데 과연 아이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더 바람직할까. 영국부모의 방법이 더 나은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부계혈통주의 때문이리라.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른 정」의 실체를 느끼지만 여전히 고아수출 1위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이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숙희<성심여대 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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