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안붉어지는 술꾼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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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술 마신 뒤 얼굴이 불어지고 어지럽거나 구역질 등을 느끼는 사람은 체내에 ALDH(Aldehyde Dehydrogenase)라는 알콜 분해효소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음주 후 이같은 신체적 민감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술에 강한 사람보다 알콜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이 우울증세가 있거나 의존적인 성품으로 심한 외부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알콜 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국립서울정신병원 백기청박사가 90년6∼11월 알콜 중독으로 국립서울정신병원·용인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l백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알콜 중독의 원인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질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는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문제.
이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4%에서 ALDH유전자형이 정상인 NN형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16%에서 ALDH가 부족하거나 없는 ND 또는 DD형으로 나타났다.
이는 89년 우리나라 일반인 2백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NN형 72%, ND형 27%, DD형 2%와 비교할 때 NN형의 비율이 알콜중독환자에서 12% 높은 수치다.
백박사는 『ALDH가 풍부한 사람, 쉽게 말해 체질적으로 술이 센 사람이 술을 가까이 하는 성향이 뚜렷하고 이에 따라 만성 알콜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이는 1백% 모두 ALDH가 있는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 알콜중독자가 많다는 사실로도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ALDH가 부족한 사람은 술의 중간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완전 분해되지 못하고 많아지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졸리거나 구역질 증세를 느끼게 된다.
백박사는 이같은 증세를 느껴 술을 잘 못 마시는데도 이들 ND형이 알콜 중독자가 되는 것은 기존연구에서 명쾌히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ND형의 경우는 외부의 스트레스나 본인의 성격요인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백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콜중독이 되기 전에 스트레스가 있었던 경우가 ND형이 65%, NN형이 29%로 나타나 ND형이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게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ND형의 알콜중독자들은 우울성신경장애·공황장애·자살기도·히스테리성 인격장애가 있는 예가 많았으며 성격적으로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남의 평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ND형은 발병평균연령이 40세, 발병에서 입원까지의 기간이 5년으로 NN형의 35세 발병, 발병기간 10년에 비해 늦게 발병해 급속히 악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술을 잘못 마시는 ND군의 경우 초기에는 알콜도수가 높은 술을 잘 못 마시고 술을 잘 마시지 않아 알콜중독이 될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심한 스트레스상황에 노출되면 소극적인 성격과 결부돼 급속히 술을 탐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ND형은 술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증상, 예컨대 손 떨림·자율신경계항진·불면·두통·식욕상실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77%로 NN형의 64%보다 높아 알콜에 대한 강한 의존성을 보였다.
반면 NN형은 자주적이고 공격적이며 남의 의견에 개의치 않는 외향적인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ND형과 대조를 보였다. <문경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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