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가치혼란 묘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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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상자가 결정될 시각, 저는 백두산 천지에 있었습니다. 백두산 정상에 오른 감동과 함께 까딱 한발 잘못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빠진다는 위험감, 우연인지 몰라도 천지와 이 상의 수상이 상징적으로 일치하는군요.』
작가 조성기씨(40)가 문학사상사에서 주관하는 제1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중편소설 『우리시대의 소설가』이며 상금은 1천만원. 시상식은 연말에 가질 예정이다. 조씨는 전통과 권위를 지닌 상을 타게돼 기쁨과 함께 우려가 된다며 앞으로 마음을 좀더 가다듬어 본격 소설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힌다.
『우리시대의 소설가』는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시대, 익명의 독자를 향한 소설쓰기의 어려움을 한 소설가를 통해 환기하고 있는 작품. 김윤직·최일남·이재총·이문열·권영민씨등으로 구성된 이상문학상 선고위원회는 이작품이 『전환기적 현실속에서 야기되고 있는 가치혼란을 풍자적인 언어로 묘파하면서도 언어뒤에 믿음과 애정이 스며있어 새로운 소설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하도 답답하여 지난달 23일부터 7일까지 백두산·서안·돈황등 중국변방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문명으로부터 잃어버린 순수에의 향수를 가득 담고 말입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나 중국변방민족들의 삶과 꿈에서 그런 향수를 맛 볼수 있어 뜻깊은 여행이 됐습니다. 여행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내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기억과 혼돈한 정치사에 잃어버린 민족의 순수성을 뒤섞어 장편 한편을 부지런히 써야되겠습니다.』
작품제목도 『돈황의 춤』으로 정했다는 조씨는 서울대법대 3년 재학중인 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만화경』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85년 작품집 『라하트하헤렙』으로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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