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구조에 구멍 뚫렸다/「눈덩이」 무역적자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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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쟁력 강화보다 「북방특수」의존/미 시장 비중 갈수록 낮아져
올들어 8월말까지의 무역적자가 81억달러(통관기준)에 이르자 정부내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무역적자가 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상공부는 무역적자전망치(60억달러)를 당장 수정할 뜻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80억달러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무역협회는 올 하반기에도 2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연간 무역적자폭이 8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10일 내놓았다.
이같이 하반기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적자폭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수출에 비해 수입증가세가 둔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월중 수입증가율(전년동기대비 25.7%)은 수출증가율(12.3%)보다 두배나 높다.
수출증가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수출구조를 들여다보면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
수출상품 구조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섬유·신발 등 경공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 48.4%에서 85년 37.2%로 낮아지는 추세를 나타냈었다.
반면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은 같은 기간중 43.9%에서 58.2%로 높아졌다.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경공업제품보다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그나라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의 경우 중화학·첨단산업의 수출비중은 80%에 이른다.
그러나 86년부터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거꾸로 돌아갔다.
86년 원화의 대미달러 평균환율은 1달러에 8백81원45전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수출이 큰폭으로 늘어났으며 경공업의 수출비중은 86년 41.9%,87년 42.3%까지 올라갔다.
경공업 수출비중은 3저시대의 정점인 87년 이후 88년 40.2%,90년 38.5%,올 상반기중에는 35.7%로 다시 낮아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절상됐기 때문이다.
대신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은 올 상반기중 59.4%까지 올라갔다.
이같은 추세는 결국 86∼88년 수출이 급증하고 엄청난 무역흑자를 나타낸 것이 우리의 실력(산업경쟁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환율캄프르주사 덕분이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3저시대의 무역흑자는 통상마찰의 원인이 됐고 이에 따라 수입의 개방폭이 넓어졌으며 내수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들어 경공업제품의 수출비중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은 이들 제품의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후발개도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미국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년 40%까지 올라갔다가 작년에 30%,올해 26%로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다.
결국 최근의 수출증가는 산업경쟁력의 강화보다는 북방등 특수에 힘입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입규제가 어려워진 만큼 3저시대를 되짚어보고 수출경쟁력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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