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법인세 감면만 믿고 지방으로 옮기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뉴스분석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구상은 구체적인 정책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구상(構想)'이다. 향후 추진과제를 총망라했다. 구상에는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담겨있다. 세금부담, 인력난, 공장부지난을 도와주는 데부터 지방의 주택.교육.의료.복지시설 확충까지 정부의 촘촘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문제는 관련 부처와 협의가 채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대책이나 이미 해당 부처에서 시행 중인 내용까지 재탕한 것이 상당수 끼여 있다. 전국 136개 교를 '1군 1우수교'로 키우는 대책은 이미 교육부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방의 개방형 자율학교도 자립형 사립고와 달리 자율성이 제한돼 쉽게 육성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 이전 기업에 도시개발권을 주는 방안도 지역 주민의 반발에다 공권력의 하나인 수용권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핵심 대책의 하나인 법인세 감면은 방향만 제시됐을 뿐 감면 방법과 폭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세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 부처 간 협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필요한 자금을 법인세 감면분을 제외하고 2008년에만 1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사업이 진행 중이고, 2000억원은 기금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5000억원을 새로 조달하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재원 조달 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여기에다 기업 관계자들은 "세금 감면만 믿고 지방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재경부와 국세청 측도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지만 지방기업의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 세수의 20%도 안 된다"며 "법인세 감면만 노리고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여당 분당 사태와 대선과 맞물려 정부 희망대로 9월 정기 국회에서 법률 개정과 예산 배정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연구원은 "공론화가 목적이라면 탓할 게 없지만 정책이라 볼 때는 세수 추계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