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주 남편 변사현장 훼손/오대양사건 당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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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고 미루고 유류품 빼내/시체뒤지며 손목끈 풀기도/“현장에 간 8명 수사해야”/박찬종의원/이기정씨 5일 재소환 수사
【대전=특별취재반】 오대양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은 3일 오대양 교주 박순자씨의 남편 이기정씨(58)등이 87년 8월 32명 집단변사사건 당시 신고를 미룬채 경찰이 도착하기전 시체들을 뒤집고 다니며 현장을 훼손하고 각종 증거물등 유류품을 빼낸 사실을 밝혀내고 남편 이씨를 5일 재소환,수사키로 했다.
한편 민주당 박찬종 의원도 3일 남편 이씨등 8명이 당시 현장을 훼손했다며 각종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이들의 집단변사 관련과 증거인멸·검시방해혐의 등에 대해 수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또 박순자씨의 동생 박용준씨(40)가 84년초 미양코리아 대표로 있으면서 송재화씨(45·여)를 통해 사채를 끌어모았다가 회사가 부도나자 사채중 일부를 (주)세모의 간부가 갚아준 사실을 중시하고 박용준씨가 오대양변사­세모의 관련의혹을 풀어줄 핵심인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집단변사사건을 제일 먼저 목격한 김영자씨(46·여)가 이기정씨에게 변사사실을 알린 것은 87년 8월29일 오전 11시30분쯤으로 당시 오산에 있던 이씨는 낮 12시쯤 용인현장에 도착했으나 시체확인은 물론 경찰에 신고조차하지 않은채 서울에 있던 처남 박용주씨(35)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박관용씨는 오후 2시30분에서 3시사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오주양행 사원 김용상씨(31),이기정씨의 친척으로 알려진 「(주)훼바2000」 대표 공모씨(34)등 4명과 함께 도착해 전날밤부터 이기정씨와 있던 오주양행 차장 김영채씨(34)등 3명과 합세,모두 8명이 사고현장을 발견했다.
이어 김영채씨가 맨먼저 천장에 올라가 사망사실을 확인,5∼6명이 쫓아올라가 시체를 뒤지고 손목의 끈을 칼로 끊는 등 경찰도착에 앞서 30여분동안 변사현장을 뒤지고 다녔다는 것이다.
검찰은 훼바2000 대표 공씨와 현장을 뒤진 직원 송하빈씨(33)가 전남 고흥군 풍양면 출신으로 암매장 집단자수를 주선했던 이재문씨(39)·자수자 김도현씨(38) 등과 동향인 점으로 미루어 이들이 집단 변사사건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오후 4시쯤 현장에 첫 출동한 용인경찰서 수사과장 기명수 경감(53)은 남편 이씨가 검증에 앞서 신분도 밝히지 않은채 『천장위에 있는 비밀장부를 찾아주시오. 장부를 못찾으면 큰일납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씨가 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고를 미루고 처남등 회사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짙게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87년 박순자씨와 함께 숨진 여자들이 대부분 1천만∼10억원의 사채를 끌어모은 사람들임을 밝혀내고 특정외부세력이 사채문제가 자신들에게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단변사를 꾸몄을 가능성이 있으며 자수한 김도현씨등 암장범들의 자수 동기가 변사사건 수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김씨등에 대해 2일부터 교도소에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박상하 차장,이상언·김현태·최형규·권영민·홍병기기자(사회부)
▲신동연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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