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여성인력 활용길 넓혀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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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 전반적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구인난과 구직난이 엇갈려 병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이다. 절대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고용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욕과 능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인력이 바로 여성과 고령인구다. 이들의 대부분은 인력난 속에서도 여전히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능력을 낭비하고 있는 유휴노동력으로 남아 있다.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장차의 사회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이런 유휴노동력의 활용책은 하루빨리 서둘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몇가지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정년의 연장이다. 정년의 연장은 고령인구를 가장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계적인 연장은 기업의 임금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나 정년은 연장하되 일정 연령이후의 임금은 연차적으로 감소해 나가는 임금체계를 도입해 나간다면 인력난의 심각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성차별의 철폐다.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면서도 여전히 선발과정에 있어서나 채용후에 있어서나 성차별을 계속해 스스로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많은 고급여성인력이 쓸모없이 낭비되고 있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남성위주의 고용풍토를 과감히 깨뜨려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아울러 미혼여성뿐 아니라 기혼여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고용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테면 최근 정부가 세제상의 지원 등을 하기로 한 직장탁아시설 등의 마련이 그것이다. 이런 시설 등을 통해 기혼여성의 취업여건을 개선해주고 취업후에도 부당한 성차별을 겪지 않게 해준다면 활용의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자와 기혼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직의 경우는 이들의 채용을 의무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종에 젊은 인력이 대거 배치되어 있는 현재의 고용구조는 큰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근로자 사이에서의 힘든 일 기피풍조를 개탄하고 있지만 이는 인간의 심성이며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따라서 고용구조의 개편을 통해 대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당장 활용이 가능한 유휴인력이 2백4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고용구조와 유인제공이 과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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