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된 세계문화유산 마카오 '구이아 등대' 시민들이 살리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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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령 마카오 시민들이 세계문화유산인 구이아 등대(사진)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140년 전에 세워져 이 도시를 상징해 오다시피 한 이 등대 주변에 최근 고층 건물이 들어서 등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멀리서 볼 수 없게 된다는 게 이유다. 시민들은 유엔에까지 도움을 호소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인 '구이아 등대 수호자 연합(LGLP)'은 최근 "마카오 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허가로 마카오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이 훼손 위기에 처했다"며 "시민들과 연합해 등대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를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알리고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등대는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해발 91m의 구이아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등대와 그 주위는 2005년 유엔이 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865년 포르투갈 식민 당국이 건설했고 마카오 반도는 물론 중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로 알려졌다.

마카오 정부는 1990년대 초반까지는 등대 보호를 위해 주위 건축물 고도를 20.5m로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카지노 유치 정책과 함께 부동산 개발 붐이 일면서 지난해 9월 고도 제한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구이아 산 주변에 등대 높이를 넘는 고층 건물 건설이 허가됐다. 특히 시민들은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마카오 정부가 99년 마카오의 중국 회귀를 기념한다며 높이 99.9m의 신청사 건물을 이곳에 짓고 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LGLP 회원인 마크 맥은 "정부의 청사 건설에 대단히 실망했으며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유엔에 알려 등대 주변 고도 제한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카오 정부의 페르난도 추이 사이옹 사회문화담당 국장은 "등대를 보호하기 위해 고도 제한 등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며 이를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130m 높이의 건물까지 허가가 난 마당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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