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유랑' 종착역은 감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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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을 두번씩이나 오간 사나이가 결국 감옥에 가는 운명을 맞았다.

1996년 1월 처음 남한땅을 밟았던 남모(45)씨 얘기다. 공금 횡령으로 공장 지배인에서 탄광 노동자로 강등되자 95년 4월 처자식을 두고 첫 탈북을 했었다.

10개월간 홍콩 이민국에 억류되는 곡절도 겪었던 그는 남한땅에서 새 장가를 가고 갈빗 집도 차렸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고 몇차례 심장수술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 새 부인과의 사이도 나빠졌다. 그는 "내가 가난하게 사는 게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2000년 7월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문을 두드렸다. 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북한 당국의 탈북방지 강연회 전문 연사로 변신했다. 수십차례 강연을 했다. 주로 "조국을 배신하면 상갓집 개보다 못한 신세가 된다""남쪽 사람들은 북조선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남조선 사회는 썩고 병든 인민으로 가득차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공로로 그는 이듬해 2월 노동당원이 됐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다시 탈북해 지난달 베이징 한국대사관을 통해 귀순을 요청했다. 그를 넘겨받은 국정원은 지난달 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그를 구속했고,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공안1부는 26일 그를 기소했다.

그는 검찰에서 "북에서 다시 만난 전처와 사이가 나빠져 돌아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을 먹은 남씨가 다시 사회주의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되돌아온 경위가 석연치 않아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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