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경쟁 “끝”… 평화의 악수/미­소 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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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동평화 유지에 공동보조/미,발트3국 독립지지등 소 민주화 지원/일 북방섬 반환·쿠바지원 철폐등선 이견
부시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7백페이지에 달하는 전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이틀간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끝냈다.
두 정상은 이틀째의 회담을 끝내고 소 외무부 프레스센터에서 회담결과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상회담 첫날은 양국간의 경제협력과 소련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방향 및 진전에 대한 논의가 주제였으며 이틀째는 군축·세계경제·지역분쟁 문제·소련내 공화국간의 관계 등이 주로 논의됐다.
양국정상은 기자회견석상에서 이틀간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향후 기회있을 때마다 양국 정상간의 접촉을 계속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몇가지 사안에서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우선 근10년을 끌어오던 군축문제를 마무리지음으로써 『긴세월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중동평화회의 소집도 주요 합의사항이었다. 양국 대통령은 기자회견 석상에서 오는 10월 미소가 공동으로 중동평화회의를 주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커 미 국무,베스메르트니흐 소 외무장관은 앞으로 회의가 소집될 수 있도록 공동 외교노력을 벌이기로 했으며 베이커 장관은 1일 다시 6차 중동순방길에 나섰다.
이는 미소가 걸프전을 계기로 공동보조를 취한 이후 지역분쟁에는 계속 협력해 나간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미소 정상회담에서는 아직도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를 포함,캄보디아·아프가니스탄의 문제도 일단은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양국정상이 발표상에는 직접적인 거론은 없었으나 이그나텐코 소 대변인의 언급등으로 미루어 볼때 북한의 핵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양국정상은 기자회견 직후 유고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몇개의 지역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의 북방도서 반환문제를 놓고 일본편에 서서 소련에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 분쟁이 소련을 세계경제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한 소련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으나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지지가 공표됨과 동시에 이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을 얻은 셈이다.
쿠바에 대한 소련의 군사지원을 끊으라는 미국의 요구에도 소측의 반응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쿠바를 위협하지 않는데 소련이 매년 수백만달러의 군사지원을 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며 중단을 촉구했으나 소련이 소­쿠바 양국관계라는 점으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무엇보다 눈길을 끈것은 미국이 소련의 국내문제에 깊이 있는 주문을 한 점이다.
우선 발트해 3국 문제를 놓고 미국은 『발트해 3국 국민들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발트해 연안국가 지도자들은 소련의 새로운 지도자들에게 스탈린시대의 어두운 유산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의 독립요구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또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공화국과 별도의 경제지원방안을 협의한 점이나 우크라이나공화국 의회를 방문,소련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원만한 관계를 촉구한 점등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미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소련의 중앙정부뿐 아니라 개별공화국,지방정부와도 교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개별공화국의 자율회복에 부응해 소련의 민주화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소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이러한 미소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여는 서막이 된 것이다.<모스크바=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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