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보육 시설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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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내 S어린이집. 오후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이지만 창문에는 불이 환하다. 방에서는 3세에서 6세 어린이 10여명이 간식을 먹고 선생님과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다. 이곳 정원 1백23명 중 30여명이 오후 7시30분 이후에도 이어지는 시간 연장 보육 대상이며 3명은 이곳에서 잠까지 자는 '24시간 보육아동'이다. 잠옷을 입고 친구와 장난을 치던 金모(6)군은 "선생님도 엄마도 다 좋아요"라며 웃었다. 24시간 보육아동에게 교사는 엄마와 다름없다.

◇야간보육 증가세=편부.편모 가정이 늘고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야간보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야간보육은 시간 연장 보육과 24시간 보육을 합친 개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 서울시내 전체 보육아동 13만4백40명 중 3백60명(0.3%)이 야간보육이었으나 올해 6월 15만4천7백20명 가운데 1천1백4명(0.7%)으로 나타나 두배로 증가했다. 서울시내 4천4백여개 어린이집 중 야간보육을 하는 곳은 1백51개. 적은 곳은 2~3명, 많은 곳은 30명의 아이들이 밤 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어린이집에 머물러 있다.

시간 연장 보육이 오후 9~10시에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라면 24시간 보육은 월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숙식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주말만 부모와 함께한다.

S어린이집 李모 교사는 "2~3년 전부터 학부모의 요구가 늘고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야간보육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현실=가장 심각한 것은 보육교사의 처우와 안전문제다. S어린이집은 1년 단위로 야간 전담교사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야간교사는 저녁에 출근해 어린이집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퇴근한다. 하지만 주간교사에 비해 매달 20만원을 더 받을 뿐이다.

정원 37명 가운데 16명이 24시간 보육 대상자인 H어린이집은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밤에 남는다. 야간보육 시 교사에게는 지급되는 돈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시간당 4천원가량의 수당과 자체 제공하는 약간의 수당이 전부다. 金모(43)원장은 "선생님들이 돈보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밤에는 낮보다 화재나 도난사고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짜인 시간표에 따라 단체생활을 하는 24시간 보육 아동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동네 친구도 없는 데다 외출도 쉽지 않다. 金원장은 "여러 명을 동시에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풀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야간보육이 증가함에 따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비보조.시비.구비를 합친 야간보육 지원액은 2003년에만 6억1천2백만원에 이른다. 서울시 보육지원과 김숙자 팀장은 "현재 부모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 보육'도입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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