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홀로서기 갈길 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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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청이 마침내 8월1일자로 발족한다. 경찰청으로서의 발족이라고 하지만 형식적 기구상의 독립일뿐 실질적인 독립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래도 그러한 외형적인 독립이 완전한 독립으로 가는 중간단계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경찰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30일 발표된 경찰청 수뇌부의 인사내용과 그 절차를 보면 과연 그런 한가닥 기대나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부터 먼저 인다.
이번 경찰인사 내용을 보면서 항간의 첫 반응은 또 그 지역인가 하는 것이다. 새로 발족하는 경찰청이 그 출발에서부터 이러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능력·서열·관행을 고려한 우연한 결과일뿐 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첫 인사이기도 한 만큼 국민이 받는 인상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을 것이다.
경찰위원회의 동의과정을 먼저 거치게 되어있는 경찰청장의 임명절차를 사실상 무시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처사였다. 개정 경찰법의 발효시기가 7월31일로 되어있어 8월1일의 개청일자에 맞추자면 인사안을 미리 만들어 놓고 경찰위원회의 동의는 형식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나 역시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경찰위원회 동의과정을 존중할 의사만 있었다면 동의절차를 먼저 거치는 길도 있었을 것이다.
경찰청 신설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과거의 경찰조직과 다른 것은 경찰위원회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찰의 실질적 독립도 앞으로 이 위원회의 구성과 권능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인사를 통해 경찰위원회가 하나의 들러리 기구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우리는 경찰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역시 정치적 중립이라고 본다.
민주정치를 위해선 이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또한 경찰의 민주적인 위상도 그래야만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찰로서도 경찰청의 발족에 만족하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완전한 독립,정치적 중립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찰의 완전한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물론 경찰만의 노력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법과 제도가 그것을 허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찰로서는 우리들이 과연 그러한 요구를 할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을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찰법의 개정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수사권의 독립문제만 하더라도 논리적으로는 수사권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경찰이 그 수사권을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그 지지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좋은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찰청 발족을 계기로 경찰은 정말로 심기일전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이 독립적으로 행보할 능력이 있음을 뚜렷이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할 때만 이번 기구상의 독립이 의미있을 것이며 그를 통해 완전한 독립에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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