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산업 살려 농업 개방 극복을|28년간 제사공장 근무 전북제사 정해국 무주공장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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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양잠은 국내농가가 우루과이라운드 등 국제개방물결을 헤쳐나갈 중요한 열쇠입니다. 오랜 역사와 축적된 노하우를 따라올 경쟁상대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작지 빈터에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워야됩니다.』
8·15해방당시 일제의 양잠·제사 공장을 넘겨받아 오늘날까지 국내제사업계를 이끌어온 것이 전북제사공업(주)이다.
강원도 강릉농고를 나와 이 회사에만 28년 동안 근무해온 최고의 기술자 무주공장장 정해국씨(53·전북무주군 무주읍 오산리2050의1)는 안타깝다는 듯 양잠업의 중점육성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전북제사 무주공장의 경우 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간 90만㎏의 누에고치를 사들여 36만㎏의 명주실을 생산했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의 양잠기피현상으로 지금은 겨우 누에고치 24만8천㎏을 사들여 6만㎏만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국내수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양입니다.
5백여명이던 종업원은 80여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는 국내양잠업계가 싼 임금을 앞세운 중국에 뒤져 대일 수출이 막히고 적자에 허덕이며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까닭으로 우선 일하기 싫어하는 풍토와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그는 그러나 피부질환을 발생시키는 화학섬유에 대한 천연 실크의 우월성을 볼 때 양잠업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견방사와 합사 등 국내 제사기술은 낮은 임금으로 「쓸어가기 식 작전」 을 구사하는 중국 등 경쟁상대국들이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노하우라는 것.
『제사업계는 지금 4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농민은 뽕나무를 심지 않고 종업원은 월급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며 농협은 일괄수매로 대여금이자를 먼저 떼고 누에고치를 건네주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상공부에서는 생사를 대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제사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고육지책으로 올해 3월 중순 누에고치를 못 사겠다고 농성을 벌였으며 누에에게 뽕잎대신 사료를 먹이는 방법도 개발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농민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4잠을 먹이는」누에기르기 중 2잠까지는 제사공장에서 길러주고 있고 각종 기술지도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잠은 생산성이 낮은 농촌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축이 될 수 있습니다. 봄·가을로 짬을 내 할 수 있는 데다 겨우 보름동안에 고소득이 보강되기 때문입니다. 누에석장만 키우면 한손에 1백만원은 거뜬히 쥘 수 있습니다. 농민도 살고 나라도 사는 양잠업을 부추겨 주세요.』 【무주=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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