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일본 펀드'달콤한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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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일본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수익률 부진에 엔저(低)로 환차손까지 겹쳤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기본이었다. 특히 일본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평균 30%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중국 펀드 수익률이 50%를 웃돈다는 소식엔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최근 '미운 오리 새끼' 일본 펀드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중국.인도 증시가 과열 논란 속에 조정을 받으면서 대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올해는 지난해와 다를 거라는 예측이 넘친다.

◆부활하는 일본 펀드=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2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성장형)의 수익률은 -4.04%다. '대박 신화'를 기록한 중국 투자 펀드도 올 들어선 시원치 않다.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펀드'(-0.76%), '봉쥬르차이나주식1'(-5.97%)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 펀드가 강세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한,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21개 모두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일본주식&리츠재간접1-A'는 올 들어 4.45%의 수익을 올렸다. SH자산운용의 '탑스일본주식재간접1'(3.07%),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프랭클린저팬주식형자(A)'(2.57%) 등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 '장밋빛 전망'=전문가들은 대부분 일본 증시의 강세를 점친다.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데다 지난해 주가가 거의 못 올라 가격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투신운용 노요섭 해외사업본부장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탈피,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기업 이익이 증가 추세에 있고 소비심리도 회복세에 있다"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재팬의 미야치 데쓰로 펀드매니저는 "올해 일본 증시가 1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시장 내 수급 여건도 우호적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펀드 순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105조2000억엔(약 840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19조엔이 펀드 시장으로 순유입됐다. 특히 700만명에 이르는 '단카이(團塊)세대'(1947~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도 전망을 밝게한다. 이들의 퇴직금(50~80조엔)이 펀드로 흘러든다면 이는 일본 증시를 밀어올리는 힘이 된다.

◆환헷지 결정은 투자전략 차원서=해외 펀드 투자에는 항상 환 위험이 따른다. 지난해 일본 펀드의 수익률을 갉아먹은 것도 환차손이었다. 노요섭 본부장은 "환헷지를 안 하면 자칫 생각지도 못한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환헷지를 조언했다. 그러나 현재 엔화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환헷지를 안 해도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이달 출시된 '프랭클린템플턴재팬플러스주식형-자(A)'는 환헷지를 하지 않는다. 투자 수익 외에 원.엔 환율의 가치 변동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펀드평가팀장은 "환헷지를 안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투자"라며 "통화에도 분산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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