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 부동산거래 「증여세」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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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위법/대법원/사회의 통념상 증여로 봐야/세무당국
아들이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집을 샀다고 할때,여기에 양도소득세를 물려야하느냐 아니면 훨씬 무거운 증여세를 물려야 하느냐가 최근 예민한 쟁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는 이미 『아들이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 있고 최근에도 이와 같은 조세마찰이 간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무당국인 국세청은 『실명제가 안돼 있는 상태에서 납세자들이 들고 오는 이른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을 뒤집기가 사실상 어렵고,더욱이 우리사회의 통념상 아들과 아버지가 부동산 거래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다.
곧이 곧대로 법을 해석해야 하는 법원과 숨는 세금을 파내야만 하는 국세청의 입장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법(34조1항)에는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자가 당해 재산을 양도한 때에 그 재산의 가액을 그 양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여기에서 「양도」란 대가를 지급하는 유상양도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무상양도는 그 자체가 증여이어서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배우자·직계존비속간의 재산양도는 비록 유상양도라 하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과세당국의 이같은 법해석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당시 대법원은 『대가를 지급한 양도는 곧 증여가 아님이 뚜렷해지는 것이므로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돈을 주고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서울대 법대 이태로 교수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허구적인 의제에 대하여는 지극히 설득력이 있는 이유로 정당화되지 않으면 납세자가 승복하기 어렵다』며 『의제과세의 입지가 점차 사라지거나 적어도 분명히 좁아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고 말한다.
국세청은 현재 대법원의 판례가 3건 밖에 없어 아직 뚜렷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현행 세법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증여의제 과세에 대한 뚜렷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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