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소설 '태백산맥'이 벌교를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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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보성군 벌교읍 일원을 문학공원으로 가꾸는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설에서 실감나게 그려진 현부자네 집.남도여관.소화의 집.금융조합 등을 복원해 '태맥산맥'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 해 9억3천만원을 들여 현부자네 집을 정비하고 2005년까지 86억원(국비.지방비 52억원, 민자 34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현부자네 집 복원=당초 벌교읍 문학공원화사업은 1996년께부터 논의됐다. 60년대 까지만 해도 5만명에 육박하던 벌교읍 인구는 70년대를 지나면서 급격히 줄어 현재 2만명도 못된다.

이 때문에 보성군은 소설 '태맥산맥'의 무대를 관광자원화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문학공원화사업을 제시했다.

소설의 성격을 둘러싸고 벌어진 좌.우 이념 논쟁에 휘말려 사업이 한 때 표류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남해안(목포~부산)관광벨트사업에 포함시켜 국비 3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올 들어 보성군은 쓰러져 가는 현부자네 집에 대한 보수를 시작했다.

일제 때 지어진 현부자네 집은 대지 4백평에 문간채.안채.곳간.사당으로 이뤄졌다. 한옥이 하도 거창해 이 집 상량식 때는 사방 1백리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고 전해진다. 소설 속에서는 대한청년단장 직함을 가지고 유지행세를 했던 현준배가 살았던 곳이다.

대부분의 기와와 벽돌이 무너져 내려 대대적인 해체.복원 공사를 했으며 지금은 뒷편 사당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학기행 루트 등 조성계획=보성군은 벌교읍 문학공원화사업 기본계획을 작가 조정래씨 등의 의견을 참고해 연말께 확정하기로 했다.

소설의 무대를 이루는 소화의 집.회정리교회.중도방죽.철다리.소화다리.장터거리.벌교역.술도가.남국민학교.포목점.용연사.M1고지.금융조합.청년단사무실.자애병원.횡갯다리.김범우 집.징광사지.석거리재.주릿재 등을 묶어 문학기행 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는 소설의 내용과 실제 이야기를 적은 안내판을 세워 관광객들이 비교해 보면서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벌교를 찾아오는 방향에 따라 ▶벌교역(경전선) ▶석거리재 ▶남도여관 등을 출발지로 여러 종류의 코스를 만들게 된다. 관광객들이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도록 자전거 대여점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소설 문학관을 세워 이 문학기행의 센터역할을 하게 한다. 소설문학관은 조정래씨의 각종 취재 자료와 도구,벌교 근현대사.인물.먹거리 등에 대한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다.

벌교 출신의 대종교 교조인 나철선생 기념관과 갯벌 체험장 등을 지어 소설 문학관과 연계한 답사코스도 개발할 방침이다. 또 민자를 유치해 답사객 숙박시설 등을 짓는다. 특히 벌교읍과 인접한 율어면쪽에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역 봉사단체인 벌교사랑회(www.beolgyosara.com)의 여우삼 회장은 "문화관광 코스의 개발로 벌교의 중흥을 이루자는 데 주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벌교읍 문학공원 도우미로 나서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또 소설 '태맥산맥'의 내용과 실제 현장을 정리한 홈페이지(www.taebaeksanmaek.com)를 운영 중인 위승환씨는 "'태맥산맥'은 국내 독자들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중의 하나로 꼽히는 데다 일본어판이 나오고 영어판도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서 다른 세계적 문학기행지에 비교해 손색없는 곳으로 가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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