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다기능 가구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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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의 생활문화가 현대화·서구화해 감에 따라 가구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구라 하면 흔히 자개장·티크·월넛장 등 덩치가 큰 과시용(?) 가구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선 생활 패턴·주택구조 등의 변화를 반영해 규모가 작으면서도 여러 형태로 변형,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실용적 가구들이 선호되고 있다.
특히 이들 가구는 이동·조립이 간편해 이사를 자주 다니는 무주택 서민들이 많은 우리 나라 현실에 적합하다는 것이 특징. 또 소규모 가구를 이어 붙여 주택크기에 맞게 여러 치수로 만들어 쓸 수 있어 작은 평수의 아파트·단칸 방 등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젊은 부부들에겐 좀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이점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가구 문화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80년대 중반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철제 가구류.
파란들·그린 데코 등의 업체에서 옷장, 화장대, 비디오 및 각종 전자제품 스탠드, 다목적 수납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철제 골조·합판·철망 등으로 구성된 이들 제품은 쉽게 해체·조립할 수 있어 몇 개를 이어 붙이거나 모양을 바꿔 여러 용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원목의 질감과 자연색을 살린 소형 목재 가구도 여러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상자 형태의 가구를 쌓거나 나란히 놓아 공간의 크기·용도에 따라 다양한 치수의 장식장·수납장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조립식·다기능 소형 가구의 등장과 함께 보루네오·동서가구 등 기존 가구업계에서도 이 같은 가구 문화의 변화를 반영, 89년 이후 「엔들리스(endless) 개념」의 가구를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의 장롱이 8자·10자·12자 크기의 한 치수로 만들어져 일률적으로 옷장·이불장·서랍으로 구성됐던데 비해 「엔들리스」장롱은 2자·4자의 소단위로 생산돼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마음껏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돼 있다.
한편 가구가 쓸모를 중심으로 한 실용적 생활용품으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면서 아파트·일반주택 등에서 붙박이장의 활용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건축가 김원씨(건축연구소 「광장」대표)는 『붙박이장이나 이동·조립이 가능한 모던 가구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서구에선 이미 오래 전에 보편화된 개념』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가구를 부동산 같은 재산 목록의 하나쯤으로 여기는 고정 관념이 있으나 생활패턴이 바뀜에 따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차 의식이 바뀌어 나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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