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일요일 저녁 MBC­TV는 뉴스시간에 살아있는 곰의 담즙을 뽑아내는 참담한 장면을 보도했다.
참담한 장면이란 곰의 옆구리를 절개,쓸개부위에 호스를 부착한 다음 다른 한쪽 끝을 몸밖으로 끌어내어 담즙을 뽑아내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곰을 죽이지 않고 몸에서 담즙을 뽑아내는 것이니 오히려 살생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TV화면에 비친 새끼곰의 수술장면하며 옆구리에 육중한 철판과 빗장,그리고 자물쇠를 찬 곰의 모습과 담즙을 빼고난후 숨이 가빠 헐떡이는 모습은 참으로 눈뜨고 볼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어린이들은 소리내 엉엉 울었고 어른들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수 없었다.
안그래도 태국의 관광지에서 뱀탕과 곰발바닥 요리를 몬도가네처럼 먹어치우는 우리 관광객들의 몰골을 보고 같은 한국사람으로 분노와 함께 수치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수치스럽고 통탄스럽기까지 한 모습을 들춰 보인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당장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곰을 그런 식으로 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10cc에 몇십만원씩 하는 그런 것을 기를 쓰고 찾아다니며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가.
모르긴 해도 몸에 좋다면 독약이라도 입에 넣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아마도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손에 돈이 좀 생기니 몸 보신 생각부터 난것이리라. 그러나 몸보다 마음의 병이 더 중병인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애니멀 웰페어(동물의 복지)라는 말과 함께 「애니멀 라이츠」(동물의 권리)라는 말까지 나와 있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인만큼 자연상태에서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릴 천부의 권리가 있으며,또 인간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오더라도 동물을 이기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동물보호의 철학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