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북한 스커드 수출/심상찮은 대중동 판매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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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중국의 경화결제 요구에 외화난 가중/개발 계속 집착하면 동북아평화등 위협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개량노력과 대 중동수출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리아가 지난 3월이후 북한으로부터 5억달러어치의 스커드C미사일 1백50기를 도입중이고 이란도 지난 1월부터 스커드C미사일의 부품을 북한으로부터 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방정보기관에 포착됐다.
리비아도 지난 5년간 북한으로부터 10억달러상당의 스커드B 및 스커드C미사일 등의 무기들을 북한에서 구입해갔다는 설이 국제무기상 사이에 나돌고 있다.
북한은 중동국가들의 스커드구입붐을 타고 한편으로는 수출에,다른 한편으로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해당하는 사정거리 9백㎞이상의 스커드D미사일(별명 로동호)을 92년 성공을 목표로 실험중이며 리비아가 그 개발비를 대고 있다는 보도도 올들어 꼬리를 물고 있다.
스커드는 원래 소련제 SS1지대지 미사일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붙인 별명이다.
소련은 스커드C미사일까지 개발,실전에 배치했으나 목표오차가 4백50m에서 9백m정도로 커 80년대부터는 SS23지대지미사일로 교체하고 있고 더이상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에 알려진 스커드B미사일의 제원은 ▲길이 11.25m ▲직경 85㎝ ▲중량 6.37t ▲사정거리 2백80㎞ 등이다.
그러나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은 소련의 것과 조금 다르다.
북한의 스커드가 소련의 것을 모방했지만 직접적으로 기술이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체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재 시리아 등에 판매하고 있는 스커드C미사일은 ▲길이 15.1m ▲직경 1백30㎝ ▲중량 10t ▲사정거리 6백㎞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이 스커드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집트와 이란의 도움에서 였다.
이집트는 70년대중반 중동전에 미그기 조종사를 파견해준 북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집트가 보유하고 있던 스커드B미사일 몇기를 제공했고,이란은 80년 대 이라크와의 8년전쟁을 치르며 북한에 개발비 제공과 구입약속을 했던 것이다.
북한이 스커드B미사일개발에 성공한 것은 87년 1월이었으며 이후 이란에 1백여기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87년 이집트에 스커드B미사일 공장을 세워주는 플랜트수출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이란의 정비공장을 생산공장으로 바꿔주기 위해 대규모 기술진이 이란에서 활동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의 무기생산능력은 이미 60년대후반 지상군 사단급편제의 기본화기정도는 자체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한다.
70년대에 들어서는 전차·장갑차·자주포·잠수함·구축함·고속정·대전차지대함·대공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했으며 86년부터는 MI2헬기조립생산도 하고 있고 90년대중반에는 미그21 전투기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요컨대 제3세계국가치고는 폭넓은 분야에서 비교적 고정밀화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처럼 높은 무기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해방전 북한에 남아 있던 20여개의 일본 군수공장을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점과 함께 연간 GNP의 20∼25%를 군사비에 투입,군수산업을 중점 육성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같은 군수산업을 바탕으로 70년대초부터 무기수출에 나섰고 합참정보본부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74년부터 89년까지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등 제3세계에 모두 45억4천만달러어치를 수출,같은 기간 총 대외수출 2백3억6천만달러의 22.3%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특수에 힘입어 북한의 지난해 무기수출은 모두 5억달러이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을 빼면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등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목말라 하면서도 그들의 비위를 거스를 중동무기수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중이 무역의 경화결제를 요구함에 따라 겪고 있는 달러와 석유의 부족때문이다.
북한은 중동에 대한 무기수출대금의 상당부분을 석유로 지급받고 있으며 무기의 유지·보수라는 속성상 석유의 안정적 거래도 담보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무기생산의 비교우위에 집착할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군사적안정은 더욱 위협받을 수 밖에 없으며 모처럼 항구적 평화체제구축을 모색하는 중동에도 새로운 불안을 증폭시킬는지 모른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등 무기수출에 갖는 관심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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