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어학·봉사활동 등 개인기…내신·수능 한계 뛰어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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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 지도 20년의 베테랑 교사인 김성학 교사(左)와 신동원 교사가 26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나 대입 합격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다음달 2일 서울대의 합격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 대부분 대학의 2007학년도 정시 모집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됐다. 수험생들은 각자의 실력과 전략에 따라 합격의 기쁨과 실패의 씁쓸함이 엇갈렸을 것이다. 20년 넘게 진학지도를 맡아온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의 김성학(서울 서라벌고).신동원(서울 휘문고) 교사는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우연한 합격이란 없다"고 말한다. 실력이 모든 입시 전략의 디딤돌이란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수능이나 내신 점수로만 줄 세우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강조한다. 수시.정시모집, 특별 전형, 대학별 고사 등 다양해진 전형만큼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험생의 특징과 실력을 정확히 파악한 뒤 세운 전략 덕분에 의외의 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두 베테랑 교사가 전하는 올해 입시의 특징과 2008학년도를 위한 '맞춤형 입시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하향지원 속 상위권 소신지원

▶김성학=2007학년도 입시에선 수험생들이 몸을 사려 하향지원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내년부터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위권은 여전히 소신지원을 택했다. 재수생보다는 재학생의 소신지원 경향이 두드러졌다. 지원 대학 3개에 모두 최초 합격했다면 현명한 지원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점수를 많이 버렸다는 뜻이다. 복수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 소신껏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신동원=수능에서 탐구 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것과 전반적인 하향지원이 특징이다. 재수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는 얘기다. 서울대 정시와 의대 모집 정원 감소로 상위권대 합격선이 다소 높아졌다. 그 결과 상위권 대학 경쟁률 낮아지고 중위권 대학 합격선이 높아졌지만 결국 최종합격자까지 마무리되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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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간 데이터는 위험

▶김=그동안 입시 관련 공개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 입시가 '데이터 싸움'이긴 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학생을 속속들이 잘 아는 데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시 컨설팅이라도 고교 3년간의 성적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단기간의 데이터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담임교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신=복잡한 입시제도에서 한 장짜리 배치표는 의미가 없다. 학교마다 수능.내신.논술고사 등의 반영방법이 너무 다르다. 서로 다른 전형요소와 학생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을 짜야 한다. 학생의 이면까지 파악하려면 한 번 시험이나 숫자만으론 불가능하다. 1년간 모의고사 성적과 성적 변화의 원인까지 분석해야 정확한 지원을 할 수 있다.

# 수시.농어촌 전형 등 적극 활용

▶김=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자기의 강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전형을 고르면 수능이나 내신의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봉사활동 기록이 530시간인 한 학생이 수시모집에서 자신의 지원가능 선을 넘는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봉사활동 내용을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꼼꼼히 기록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했고 봉사 활동 관련 상을 받은 실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토익 점수 등 어학실력이 뛰어나고 오지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학생도 상위권대 사회계열에 합격한 경우가 있다.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특기인 '춤추기'로 예술 관련 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 대학을 포기했던 백댄서 지망생이었는데 담임교사의 권유로 2학년 때부터 학교 내 댄스동아리를 만들어서 이끌었다. 대학이 그 적극성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신=과목별 성적이 고르지 않다면 특정영역 우수자 전형을 노려야 한다. 전체 성적은 중위권인데 수학.과학에 뛰어난 학생이 연세대와 한양대 수시에 동시 합격한 경우도 있다. 전체 석차가 낮다고 일찌감치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면 안 된다. 약한 과목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해 잘하는 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방법이다. 지방 수험생의 경우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전형, 각 대학의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울의 좋은 학군 고교에 다닌다고 입시 결과가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지방에서 내신관리를 철저히 해서 서울대에 합격하는 경우도 많다.

▶김=수시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신은 좋은데 모의 수능점수는 계속 낮게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수시에 소신 지원해 원하는 대학 두 곳에 동시 합격했다. 수시에서 하향지원하면 안 된다. 수시 1차에서 떨어져도 더 많은 정원을 뽑는 2차에서 합격한 경우도 있다.

▶신=반대로 내신 성적은 나쁘지만 수능 성적이 우수한 경우도 있다. 대학의 수능 성적 우선선발 전형을 활용해 예상 외의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 수능.내신 공부는 꾸준히

▶김=논술 때문에 떨어진 경우는 있어도 논술로만 대학에 간 경우는 많지 않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고사 비중이 늘어도 수능.내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논술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 가지를 분리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면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논술 실력도 수능이나 내신처럼 1학년 때부터 단계적으로 쌓아가야 한다. 많이 읽고, 토론하는 경험을 갖고, 꾸준히 쓰는 단계를 거쳐야만 대학이 요구하는 좋은 논술 답안이 나온다.

▶신=입시제도가 바뀌는 내년에도 수능 점수는 여전히 중요하다. 상위권 대학을 지망할 경우 높은 수능 점수는 당연한 조건이 된다. 수능 공부도 내신 준비하듯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2008학년도 수능과 논술에서도 교과서 출제가 많다고 한다. 교과서 공부에 충실히 하면 실전에서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글=김은하 기자 <insight@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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