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10만 개 외국기업 연말까지 노조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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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외자 기업에 앞으로 노조가 설립될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우선 10만여 개의 외자 기업이 진출한 광둥(廣東)성을 대상으로 모든 외자기업 노동자에게 연말까지 노조를 세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광둥성에서 시범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30여만 개의 외자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원래 노조가 있던 회사도 이번 조치로 노조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이 목적=신화통신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언론은 19일 중국 정부가 외자 기업 근무자의 고용.최저임금 보장 등을 위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업장별 노조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화전국총공회(ACFTU) 산하의 산별노조에 자동 가입된다. 노무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노사가 직접 협상하고, 결렬될 경우 상급단체인 지역 지회나 산별노조가 개입해 대리 협상을 벌이게 된다. ACFTU 광둥지회 측은 이번 정책과 관계없이 이미 지난해부터 광둥성 내 외자 기업의 80%에 노조를 설립하고, 신규 노조원 100만 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노조 설립을 의무화함에 따라 최소한 120만 명의 노조원을 더 확보할 전망이다.

ACFTU 광둥지회 탕웨이잉(湯維英) 지회장은 "노조 설립으로 노동자 권익이 보호받고, 이에 따라 성취욕도 고양돼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 시간, 고용 안정 등 3개 분야를 집중 감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둥성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대외교역액의 29.5%,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8%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경제권이다.

◆기업들 비상=광둥성에 진출한 10만여 개의 외자 기업에는 포천 500대 기업 중 300개 업체가 포함됐을 정도로 알짜배기가 많다. 이 중 한국 업체도 1000여 개에 가깝다. 이들 외자 기업 중 70%는 올해 안에 노조가 새로 들어서게 됐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노동사회보장 11.5 계획을 발표하면서 각 노조에 지역.산업별 단체협상을 하도록 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쟁의중재 기구의 확대 설치 및 노동법 준수 감찰기구 등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조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외자 기업 노조는 법적인 단체행동권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해 말 노조가 설립된 월마트 선전(深?) 본사와 대만계 최대 정보통신 기업인 폭콘 측은 "노조 설립이 대세라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영 환경 변화는 비즈니스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정책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둥성 포산(佛山)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의 우형택 사장은 "노조가 이미 설립돼 있어 이번 조치로 경영 환경에 큰 변화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동 감독이 강화되고 상위 노조의 개입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기업들은 영세한 협력업체에서 노사 문제가 생겨 부품 조달이 안 되면 생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상대로 노무관리 교육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울상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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