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총재 누가 될까/「킹메이커」들 힘겨루기 바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나카소네­가네마루가 조정/아베 사망으로 후보 난립… 예측 불허
가이후(해부준수) 일본총리의 임기만료를 3개월 가량 앞둔 요즘 자민당 내부에서는 차기 총재 경선을 위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자민당 각파별 영수들은 가장 유력한 총리후보였던 아베(안배진태랑) 전간사장의 사망에 대한 예의로 한동안 드러내 놓은 대권경쟁 행동은 삼가왔다.
타인의 불행을 틈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의식한 때문이다.
그러나 대권라운드가 종반으로 치달음으로써 본격적인 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미야자와(궁택희일) 전대장상이 이미 출마의사를 표명했으며 다케시타(죽하등) 전총리도 재집권의 야망을 간접적으로 흘리고 있다.
이들 다이쇼(대정)세대 원로정치인들의 공세에 대한 쇼와(소화)세대 소장파들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다.
하시모토(교본용태랑) 대장상·이시하라(석원신태랑) 전환경청장관등이 대중의 인기를 배경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가이후총리 또한 재집권을 위한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민당의 정치역학상 총리후보자 선정을 거의 결정짓는 것은 후보옹립에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킹 메이커」였다.
과거 「킹 메이커」의 역할을 전담했던 다나카(전중각영) 전총리의 몰락이후 이 역할을 대신하게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다케시타와 가네마루(금환신) 전 부총리 두 사람이다.
이들은 다케시타파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막강한 막후정치력을 펼쳐왔으나 상호견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사실 아베의 사망 직전까지만해도 다케시타의 발언권이 가네마루를 압도,명실상부한 정계의 중추는 다케시타였다.
그러나 아베의 사망은 상황의 중대한 전환을 초래했다.
다케시타가 차기총리후보 경선에 나설 뜻을 비췄기 때문이다.
다케시타는 킹 메이커의 역할보다는 정권쪽을 선택한 것이다.
가이후정권과 자신사이에 아베집권기를 넣음으로써 자연스런 재집권을 노렸던 다케시타의 속셈은 아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가이후→다케시타로 직결시켜야 하는 심적부담을 안게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복당한 나카소네(중회근강홍) 전총리가 「킹 메이커」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리크루트사건의 소용돌이에 말려 근신하고 있던 나카소네의 복귀는 현재 가네마루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세대교체론」과 다이쇼세대의 재집권을 의미하는 「본격정권론」과의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견하고 있다.
당초 가네마루는 오자와(소택일랑) 전간사장을 점찍고 있었다. 그러나 오자와는 동경도지사 선거에서의 자민당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지 얼마되지 않으며 아직 너무 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가네마루의 마음을 하시모토 쪽으로 굳히게 한 듯하다.
그렇다고 가이후 「속투」의 가능성이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수주의적 경향과 대소강경자세,자위대해외파병 실현 등 가이후총리의 외교정책이 호흡을 맞춰 국민적 호응을 점차 얻어내고 있으며 가네마루 또한 상황에 따라 가이후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언제든지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이쇼세대 후보자인 다케시타·미야자와·와타나베(도변미지웅) 전정조회장 등은 새로운 「킹 메이커」로 나서려는 나카소네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가네마루등의 「세대교체론」에 대응하기위한 공통된 목적때문이다.
와타나베가 이번 경선을 차차기를 노린 포석 정도로 생각한다면 나카소네의 선택은 미야자와·다케시타로 좁혀진다.
그러나 다케시타는 아베라는 중간과정없이 곧 바로 대권경쟁에 들어가야된다는 부담감때문에 경선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
다만 아베 전회장의 뒤를 이은 미쓰즈카(삼총박) 후임회장이 아베와 다케시타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의미하는 「안치쿠(안죽)동맹」을 그대로 유지시켜 다케시타를 지지할 경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진다.
한편 미쓰즈카회장 자신도 이번 경선에 나설 뜻을 슬며시 비추고있어 총리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쓰즈카 역시 이번 경선을 와타나베와 마찬가지로 정계발언권강화와 차차기를 노린 사전포석쯤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나카소네와 가네마루 두 「킹메이커」들의 힘겨루기에 이러한 변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 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