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소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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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때 장발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도 가끔 귀를 가릴 만큼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중 어떤 사람은 귀모양이 이상하거나 귀가 선천적으로 아예 없어 이를 가리고자 무더운 여름에도 본의 아닌 장발족이 되고있다.
소이증이란 귀의 선천기형의 하나로 어머니 뱃속에서 귀를 만드는 부위에 원인 모를 이상이 생겨 귀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귓구멍과 귀의 형태도 없이 귓밥과 작은 물렁뼈 덩어리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발생빈도는 인구 약 6천명당 한명꼴로 나타나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선천 기형의 하나며 남성에 더 많이 나타난다. 이들 중 양측이 모두 기형을 보이는 경우도 약10%정도 된다.
귀의 형태에 이상이 있을 뿐 아니라 청각에 필요한 내이에도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으나 한쪽만의 기형인 경우 일반적으로 청각장애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진단은 간단하며 의사가 보는 것만으로 가능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약 반수 정도의 환자에서 그쪽의 아래턱도 발육부전을 보여 비뚤어진 얼굴모양을 하고있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소이증을 가진 어린이를 언제 수술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선천 기형을 가진 어린이는 학교 생활에서 놀림감이 되기 쉬워 정서적 발달에 장애를 초래하므로 대개 취학연령 이전에 재건 수술을 끝낼 수 있도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점만을 고려해 취학 전 수술을 서두르다보면 수술결과가 나쁜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일단 나빠진 결과는 재수술로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귀의 성장은 만 6세쯤에 성인 귀 크기의 90%정도가 형성되고 또 귀 재건술에 필요한 갈비뼈 연골의 성장이 그 이후에야 충분한 크기로 성장되므로 8∼10세쯤에 수술해주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적당한 시기로 생각된다.
수술은 대개 2∼3회에 걸쳐 시행한다. 첫 번째 수술은 갈비뼈의 연골을 귀모양으로 조각하게 되나 이 첫번 수술로는 완전히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약 6개월 간격으로 조금씩 손질을 더함으로써 좀 더 완전한 귀 모양을 만드는 수술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귀의 연골자체가 매우 얇고 특수한 구조로 형성돼있어 갈비뼈의 연골로 조각한 귀는 도저히 정상귀의 형태만큼 만들어 줄 수 없으며 이를 싸줄 피부 또한 모자라 수술 자체가 극히 어려울 뿐 아니라 바라는 만큼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힘들다.
정상적인 귀는 만들어 줄수 없으나 비슷한 귀의 형태를 만들어 줌으로써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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