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동상' 밧줄 걸어 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20일 오후 2시 반전.반(反)부시 시위 선발대가 런던시내 북쪽 유스턴역 광장을 출발했다. 템스강 다리를 두번 건너는 약 8km의 간선도로(6차로)를 돌아 도심 한가운데 종착지인 트래펄가 광장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30분쯤이었다.

마지막 시위대가 출발점인 유스턴역을 떠난 것이 그로부터 1시간 뒤인 오후 4시30분. 그들은 끝내 트래펄가 광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10만명을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울로 따지자면 4대문 안이라고 할 만한 도심의 교통이 전면통제됐다. 하늘엔 정지 상태의 헬기가 굉음을 쏟아냈고, 시위대가 지나는 길거리 양쪽엔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제각각인 피켓과 구호, 호각과 나팔, 그리고 애완견과 아이까지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구호는 하나였다. '전쟁반대(Anti-WAR)''부시 물러가라(Bush Out)'.

오후 4시를 지나 광장의 어둠이 깊어지면서 점점 발 디딜 곳이 없어졌다. 주요 시민단체(NGO) 대표들인 연사들의 목소리도 높아져갔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세워진 돌기둥 아래엔 부시의 동상 모양 허수아비가 세워졌다. 허수아비의 얼굴엔 성조기 대신 '평화'라고 쓰인 흰 천이 씌워졌다.

"스리(Three)-투(Two)-원(One)… 와아!"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오후 5시30분쯤 카운트다운과 함께 10m 높이의 부시 동상을 밧줄에 묶어 쓰러뜨리는 퍼포먼스였다. 대형 멀티비전에선 이라크전 당시 후세인 동상이 미군 탱크에 의해 전도되는 화면이 오버랩됐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사진=런던 AP 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