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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키즈] 모나리자는 왜 눈썹이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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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끊임없는 파티요. …세상이 웃는 법을 알았다"고 외친 화가는 누구였을까. 보시시한 여인네들의 살결을 누구보다 잘 표현했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말이다. 대표작 '보트에서의 점심'에는 이런 르누아르의 생각이 잘 표현돼 있다.

센 강에 정박한 배의 테라스에서 파티를 즐기는 젊은 남녀의 화사한 웃음에는 그늘이라고는 없다. 르누아르는 인생의 절정을 잘 포착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 독자로 규정하고 있는 '즐거운 명화 여행'은 이렇게 화가가 그림 속에 담은 뜻을 풀이해주는 인문 교양서다. 그동안 명화를 주제로 한 어린이책들은 명화 퍼즐 맞히기, 숨은 그림 찾기, 따라 그려보기 등 다양한 방식을 취했다. 말하자면 '명화=창의력'이라는 생각에서 기획된 책들이다.

그러나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본격 미술사 책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국내 저자가 쓴 책은 드물었다.

미술지 기자를 거쳐 경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복씨는 실크 스크린을 "비단 위에 특수 물감을 칠해 막히지 않은 구멍 사이로 물감이 찍히게 해서 그림을 찍는 판화 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알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법 없이 친절한 설명을 달아 놓았다.

책은 유럽 회화의 흐름을 고딕.비잔틴 양식에서 르네상스로 바꿔놓은 조토 디 본도네(1266~1337)부터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실험적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마르셀 뒤샹(1887~1968)까지 르네상스에서 현대 미술의 주요 인물들을 고루 설명하고 있다. 이중섭(1916~56).김환기(1913~74) 등 우리나라 화가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화가들의 대표작을 보여주고, 그런 작품을 낳게 된 사상적 배경을 두쪽 분량으로 설명한다.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인'이라는 김환기 작품에는 청색이 많은데 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섬(전남 신안)의 푸른 바다, 한국의 가을하늘이 녹아 있는 색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난해하기만 하던 그림들이 화가의 심경을 담은 한 편의 시나 수필로 다가온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모나리자'를 소개하면서는 모나리자가 눈썹이 없는 까닭을 당시 여인들 사이에 눈썹을 뽑는 게 유행이었다는 배경 이야기를 곁들인다.

그러나 책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한 흔적은 역력하나, 많은 미술.철학 용어를 모두 풀이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이다.

각주로 달아놓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체주의.다다이즘 등에 관한 설명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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