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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실천보다 말이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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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폭력과 파괴가 수반되는 노동운동은 목적을 관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도 얻을 수 없다."

이남순(李南淳)한국노총 위원장이 20일 평화적인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격렬한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李위원장은 이날 "비록 노.정이 긴장관계에 있지만 정면충돌은 유효한 투쟁수단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노사정위원회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리는 대규모 집회도 합법적인 틀 안에서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9일 서울시청 앞 집회에서 화염병과 새총 등을 동원해 폭력시위를 벌인 것과는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밝힌 '시위문화 4대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폭력시위 주체와는 진행 중이던 협상도 중단하라'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려던 것도 노동계가 압박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4대 원칙은) 정부가 '은혜를 베풀어주는 것이나 받아먹고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해석했다. 노동계가 과격하게 나온다고 정부까지 대화를 중단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李위원장은 현 정부에 대해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9개월은 국정난맥과 정책혼선의 연속이었으며, 국론분열과 정치갈등의 기간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언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천보다 말이 앞선다"고도 했다. 그 이유로 ▶공무원노조 합법화▶비정규직 차별 해소▶손배.가압류 제도개선▶경제특구법 재논의 등 출범 당시 노동자와 약속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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