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다음달 재입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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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중인 한보철강의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음달 재입찰이 추진된다.

이에 앞서 한보철강 인수 계약자인 AK캐피탈은 법원이 정한 시한(11월 18일)에 인수대금을 입금시키지 못했고, 법원은 19일 AK캐피탈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1997년 1월 부도난 한보철강은 지난 5년간 두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보철강 처리 방향=서울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다음달 중 국내 철강업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재매각을 위한 입찰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라며 "매입의사를 내비친 국내 철강업체가 몇 곳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원은 "AK캐피탈에는 우선권이 없다"고 전했다.

한보철강의 채권금융회사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여 계약 해지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채권단은 재입찰에서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정리 계획에 따라 내년 12월부터 채권 회수에 나설 방침이다. 한보철강은 30여개 금융회사에 6조원가량의 빚을 안고 있으며 내년에 1천1백억원을 갚도록 돼 있다.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 고위 관계자는 "매각이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한보철강은 청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무산 경위=4억1백만달러에 한보철강을 인수키로 했던 AK캐피탈은 올 2월에 본계약까지 했다. 그러나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위약금을 물기로 하고 법원으로부터 지난 7월과 8월에 두차례 기한 연장을 받았다.

AK캐피탈을 주도한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합철강의 지분을 숙적인 동국제강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를 물색하던 중 AK캐피탈은 지난달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로부터 당진제철소 B지구를 담보로 9천5백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는 AK캐피탈이 B지구의 도금라인 우선매수권을 현대하이스코에 넘긴 데 반발해 투자의사를 막판에 철회했다.

AK캐피탈은 리먼 브러더스가 당초 투자하기로 한 금액을 현대하이스코가 맡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지난 7월 7개 금융회사와 함께 3천7백억원의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미은행이 마감시한을 불과 4일 앞둔 지난 14일 갑자기 불참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미은행 측은 "B지구를 다른 투자자에게 담보로 넘길 경우 리스크가 커진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AK캐피탈 측에서는 "계약 무산을 노린 의도적 발빼기"라고 의심했다. 당초 7백억원의 여신을 주기로 했던 한미은행은 지원금액을 1백40억원으로 줄였다. 결국 AK캐피탈은 인수 대금 4천5백억원 중 5백60억원을 제때 채우지 못했고 계약은 무산됐다.

권호성 사장은 "부족한 인수대금을 전액 조달해 계약을 살리고 싶다"면서 재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K캐피탈은 해약에 따른 계약금 3백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장세정.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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