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코엘류호의 '마구잡이식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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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겠다는 의욕이 지나쳤던 선수들의 조바심과 코엘류 감독의 적절치 못한 선수 교체가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패배로 만들어버렸다.

코엘류 감독은 그동안 써온 포백을 버리고 처음으로 스리백을 가동하면서 그 중심에 유상철을 기용했다. 그러나 리베로 역할을 맡은 유상철은 지나치게 공격에 치중함으로써 수비의 안정감과 전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오른쪽 수비 이상헌이 98월드컵 이후 거의 5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 출장했고, 왼쪽 박재홍도 A매치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유상철의 역할은 막중했다. 그러나 유상철은 언제나 두 수비수보다 앞서 나가 있었고, 기회만 있으면 공격 진영 깊숙이 가담했다. 전반 20분 한번의 직선패스에 스리백이 뚫려 선제골을 허용한 후 유상철은 더욱 공격적이 됐다. 전반 32분 역습 상황에서 문전이 위협당하고 있음에도 유상철은 미드필더보다 더 늦게 일곱번째로 수비 진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코엘류 감독은 후반에 들자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을 빼고 전반에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했던 박지성을 수비형으로 내렸다. 그러나 박지성이 뒤로 물러나면서 한국 공격은 조직적인 플레이마저 사라져버렸다.

한국은 이날 무려 13번의 코너킥을 얻었다. 그러나 모두 장신 수비수들이 포진한 문전에 띄우는 단순한 패턴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의 슈팅은 15개였으나 이 중 골문 안을 향한 유효 슈팅은 6개밖에 되지 않았다. 후반 한국의 플레이는 조직력도, 세밀한 전술도 찾아볼 수 없는 '마구잡이식'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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