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X세대 "부모에 얹혀 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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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호주 X세대가 다른 어느 세대보다 고민이 많고 어려움을 겪는 고달픈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 캔버라대학 산하 국민사회경제모델센터(NATSEM)가 17일 발표한 'X세대의 소득과 자산'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X세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에 시달리면서도 의료보험과 실업수당과 같은 사회복지 혜택을 부모 세대보다 누리지 못한다.

호주 경제는 베이비붐 세대가 교육비 면제와 풍요로운 사회복지 혜택 등을 누리는 사이 침체기로 접어들어 때마침 사회의 주류로 성장한 X세대에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은퇴를 목전에 둔 베이비붐 세대의 부양도 X세대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호주의 X세대는 24~42세(1961~76년생)로, 약 4백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이다. 1989년 6.8%이던 부모 동거율은 99년 9.2%로 증가했다. 이 중 실업자 비율은 10년 새 3%에서 8%로 급증했다.

고학력 X세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여성들의 출산 후 이직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89년 64%였던 25~39세의 주택구입비율은 99년 54%로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앤 하딩 캔버라대 교수는 "대학졸업 후 오랫동안 대출받은 교육비를 갚아야 하는 X세대들이 치솟는 부동산값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증거"라면서 "이는 부동산가격의 급등이 세대 간 최대 갈등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16일 호주연방준비은행(RBA)의 발표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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